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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이 살던 태고의 집 - 고성 왕곡마을 큰상나말집

蔥叟 2017. 8. 25. 08:36

평민이 살던 태고의 집 - 고성 왕곡마을 큰상나말집

 

왕곡마을 한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본체에 지붕을 덧대어 만든 외양간이다. 이런 지붕을 가적지붕이라고 하는데,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 지붕 형태다. 큰상나말집은 고성군에서 사들여 관리하고 있어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때문에 살림집이 가지는 특유한 사람 냄새가 없다. 이따금 숙박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체온이 살림집 냄새를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부엌으로 얼굴을 내밀고 여물을 독촉하는 소를 보고 싶었지만 부엌에 붙은 외양간에도 더는 소가 살지 않는다. 너무도 말끔한 모습이 낯설기는 하지만 그나마 외관은 그대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데서 위안을 받는다. 이 집에는 안마당을 구분하는 담장이 없다. 그러니 대문도 없다. 한옥이 가진 마당의 미덕을 왕곡마을의 한옥은 어떤 한옥마을보다 잘 표현하고 있다.

 

한옥을 소통 능력이 뛰어난 집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가 마당임을 생각하면, 한옥의 장점을 매우 충실하게 지켜 내고 있는 셈이다. 굳이 대문이라면, 요즘 아파트 현관문에 해당하는 문이 부엌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집으로 들어가자면 부엌을 통해야 한다. 이 문을 들어서면 안마당처럼 넓은 부엌이 나오고 외양간과 마루, 그리고 오밀조밀하게 이어진 방이 눈길을 잡고 한 바퀴를 돌아 나온다. 대청에서 사랑방과 안방으로 들어가고 안방에서 고방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고방은 타인의 손이 미치지 않도록 제일 안쪽에 두고 안주인 혼자 관리했다. 산간지방에서는 고방을 잘 관리해야 겨울을 잘 보내고 이듬해 생활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이곳에 살던 민초의 모습은 집 구조에 그대로 남아 있어 약간의 상상만으로도 그 흔적을 읽어 낼 수 있다.

 

추운 산간지방이어서 부엌을 비교적 크게 만들어 겨울과 봄에 불어대는 찬바람을 피하여 집 안에서 일할 수 있게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살을 에고 지나가는 바람과 어울려 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부엌 안쪽에 붙은 뒷문을 밀고 나가면 뒷마당이다. 뒷마당에는 꽤 높은 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북풍을 막고, 집안 살림을 위한 최소한의 사적인 공간을 뒷마당으로 확보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곳의 담장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북풍을 막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담장으로 가려진 뒷마당에는 여름나기에 꼭 필요한 과학이 숨어 있다. 뜨거운 앞마당과 그늘진 뒷마당의 기압 차이를 유발해서 집 안으로 바람을 불러들인다. 물론 집 안에 공기가 자연스럽게 들고나게 하는 환기통 구실도 한다.

 

방이 겹쳐진 양통집이어서 방 안의 공기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건강을 해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부엌이 있다. 부엌문이 안과 밖을 연결하고 집 안의 어디든 부엌을 지나야 갈 수 있다.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면서 주방이 집의 중심으로 변해가는 요즘의 주거문화가 이곳에는 조선 시대 내내 있었던 것이다. 때때로 한옥이 가진 여성성을 이야기했지만,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낸 왕곡마을의 한옥이야말로 우리 집이 가진 여성성의 원시적인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큰상나말집

 

▲큰상나말집

 

▲큰상나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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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상나말집

 

▲큰상나말집

 

 

 

<2017.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