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서라벌문화권

경주 숭혜전 소장 경순왕 어진

蔥叟 2013. 2. 12. 02:25

경주 숭혜전 소장 경순왕 어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진(·임금의 초상), 삼국 통일신라시대의 유일한 어진. 통일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어진이다. 경순왕의 어진을 처음 제작한 것은 통일신라가 멸망한 직후인 고려 초. 경순왕을 추모하기 위해 그린 이 어진은 강원 원주시 고자암에 봉안해 놓았다. 그 후 원본은 사라졌지만 조선시대에 이모한 작품 5점이 전하고 있다. 5점은 1677년 강원 원주의 고자암에서 제작한 것, 1749년 경북 영천 은해사 상용암에서 그린 것, 1794년 초상화가 이명기가 은해사본을 보고 다시 그린 것, 1904년 화가 이진춘이 이명기본을 보고 다시 그린 것과 이진춘본의 초본. 이들 어진 5점은 경순왕 사당인 경북 경주시 숭혜전 창고에 방치돼 오다 2007년 그 존재가 처음 확인됐다. 이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 위탁 보관해 왔지만 그 전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17, 18세기 경순왕의 어진은 현존하는 조선시대 어진보다도 시대가 앞선다. 현재 전해 오는 조선 태조 어진도 15세기 원본을 1872년에 이모한 것이다. 15세기 원본은 사라졌다. 5점의 경순왕 어진은 고려 초의 원본을 모사한 것이어서 경순왕의 얼굴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그리는 사람에 따라 복식과 배경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이들 작품은 사찰에 봉안된 어진이다. 사찰에 봉안하는 어진제도가 궁정에 봉안하는 어진제도보다 더 전통이 오래된 것이다. 경순왕 어진은 사찰 어진의 전래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명기가 그린 작품에 특히 주목받는다. 이명기는 18세기의 대표적인 초상화가이다. 이명기가 그린 초상화는 거의 보물로 지정됐을 정도다. 이 작품은 어진인 데다 보존 상태도 양호해 한국 초상화 역사에 또 하나의 명품을 추가하게 됐다.

 

▲경순왕초상

 

 

 

<201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