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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마을 산책 - 경주 심수정

蔥叟 2009. 6. 13. 07:27

양동마을 산책 - 경주 심수정

 

   심수정(心水亭)은 농재 이언괄을 추모하여 조선 명종 13년(1560)년 경에 지어졌다. 농재는 형인 회재 이언적을 대신하여 벼슬을 마다하고 나이든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그 뒤 철종 때에 이 정자가 불타고 1917년 경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양동마을에 여러 정자가 있지만 규모가 가장 크며 건너편의 향단과 관련된 것이다.  7칸대청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온돌방을 둔 팔작집이다. 서쪽 방 옆으로는 난간이 있는 누마루를 두어 향단이 있는 북촌 일대를 바로보기 좋게 하였다. 누마루 아래의 기둥은 팔각으로 하였다. 큰 규모의 정자로 필요한 칸 수와 기능을 고루 배려하여 잘 짜여진 구조이다. 이 정자에 딸린 행랑채는 격식있는 소규모의 가옥으로 건실하게 구성되었다.

 

   심수정은 양동의 정자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내부공간과 상징적인 경관을 가진 정자다. ㄱ자형으로 구성되어, 돌출부는 누마루로 처리했다. 기존에 심어진 3그루의 큰 나무를 해치지 않고 세워져, 나무와 건물이 일체를 이루고 있다.

 

   ㄱ자 정자의 경우, 보통은 꺽이는 모퉁이 부분에 온돌방을 배치해서 누마루와 대청마루를 구획하지만, 심수정은 꺽이는 모퉁이 전체를 대청마루로 처리해서 묘하게 빈 공간을 이룬다. 다시 말해서 대청의 빈 공간은 명확히 구획되지 않은 채 '비어있음' 자체가 내부공간의 주인을 이룬다. 그래서 누마루의 이름은 '함허루'이다. 비어있음에 흠뻑 잠긴다는 뜻이다.

 

   이 정자는 붉은 홍송으로 지어졌고, 비교적 근래에 중건해서 붉은 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저녘무렵 열려진 창틀을 통해 스며드는 햇볕이 홍송의 부재들을 비추면, ㄱ자 대청은 온통 붉은 기운으로 흠뻑 젖는다. 심수정은 석양에 올라야 한다.

 

   ㄱ자로 형성된 대청의 이름은 삼관헌이다. 3가지를 바라보는 집이란 뜻이다. 세짝으로 이루어진 판문을 열면 3그루의 고목이 보이고 고목들 사이로 무첨당의 사당이 보인다. 대청을 ㄱ자로 만들어 정면에 3칸을 확보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함허루에서는 향단이 바로 보인다. 이씨 문중의 가장 중요한 두 집인 향단과 무첨당을 안대로 삼아 건축한 정묘한 건축이다. 그래서 ㄱ자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ㄱ자 정자와는 반대로 부속행랑채는 ㄴ자로 대각선 방향에 놓였다. 따라서 어느 각도에서 보면 마치 미완의 튼 ㅁ자 집처럼 보인다. 

 

   심수정 대청에는 '심수정', '이양재(二養齋)', '삼관헌(三觀軒)' 편액과 누마루의 '함허루(函虛樓)' 편액이 걸려있다. '심수정'은 농재 이언괄의 "정이라는 한 자는 마음의 물이다."(靜之一字 心中之水)에서 따온 것이다. 이양재의 '二養'은 "음식을 절제하여 그 몸을 수양하고"(節飮食以養其體), "언어는 삼가 그 덕을 기르라"(愼言語以養其德)라는 말에서 '養'자 둘을 취한 것이다. 이곳에서 음식과 언어는 삼가고, 몸과 덕을 닦으라는 뜻이다.

 

   삼관헌의 '三觀'은 '어진 사람은 그 사랑하는 것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仁者可以觀其愛焉), '지혜로운 사람은 그 처리하는 것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知者可以觀其理焉), '굳센 사람은 그 뜻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彊者可以觀其志焉)는 글에서 세번 되풀이한 '觀'자를 취한 것이다. 보는 대상 셋은 시야에 들어오는 유형물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 마음 속의 무형의 세계일 수도 있다. 'ㄱ'자로 꺾인 부분의 대청 북쪽 벽 3칸에 낸 판문 셋이나, 그 밖의 담장 안에 있는 회화나무 3그루는 '삼관'과 무관하지 않다. 대청 북벽 3칸마다 낸 판문을 열면, 각 판문 사이로 한 그루씩 보이는 세 그루 회화나무와 그 너머 펼쳐지는 여강이씨 종택인 무첨당 일대의 전경은 3폭의 액자 그림을 만든다.

 

   함허루의 '函虛'는 '有若無實若虛犯而不校'에서 뜻을 취하여 "허함이 가득차고 잠긴다"는 의미를 지녔다. 꽉 차 있어도 텅 빈 것처럼 보인다는 말은 공자의 제자 증자가 아깝게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안회를 두고 표현한 것으로 겸손한 성품을 일컫는다. "유능하면서도 무능한 삶에게 물어보고(以能問於不能), 많이 알면서도 적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불어보며(以多問於寡), 남 보기에는 없는 것 같이 하고(有若無), 실하되 허하며(實若虛), 과감하되 계교를 쓰지 않는 것(犯而不校), 예전에 나의 친구가 이를 따랐었다(昔者吾友嘗從事於斯矣)"는 말은 논어 <태백편>에 나온다. 심수정 함허루 누마루에 오르면 확 트인 기둥 사이의 공간은 비어 있으되 건물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 향단 일대의 경관은 인상적이다. 물봉과 향단 일대가 붉은 기운으로 보는 사람의 시야에 들어온다.

 

▲심수정

 

▲심수정

 

▲심수정

 

▲심수정

 

▲심수정

  

▲심수정 편액

 

▲심수정

 

▲심수정 행랑채

 

▲심수정 담장

   

▲함허루

 

▲함허루

  

▲심수정 편액

  

▲이양재 편액

 

▲삼관헌 편액

 

▲함허루 편액

 

▲심수정 마루

 

▲심수정 마루

 

▲심수정 마루

 

▲심수정 사분합문

 

▲심수정

 

▲심수정

 

▲심수정

 

▲심수정

 

▲선자서까래

 

▲함허루

 

▲함허루에서 바라본 양동마을

  

▲함허루에서 바라본 양동마을

 

 

 

                                                                               <200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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