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환성사 대웅전
수월관 누마루 아래를 통하여 난 게단을 올라서면 대웅전 마당이다. 환성사의 중심 영역이다. 환성사는 대웅전과 수월관을 중심축으로 좌우에 심검당(尋劍堂)과 요사체를 두어 전체적으로 ㅁ자형을 이루고 있어 산지중정식(山地中庭式) 가람배치(伽藍配置)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정에는 석탑 한기가 있고 탑 뒤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다포계의 전면 다섯 칸 측면 네 칸 짜리 팔작지붕을 가진 대웅전이 있다. 가장 중심건물이기도 하지만 가장 멋을 낸 건물이기도 하다.
▲대웅전
▲대웅전
건물 앞과 옆의 길이가 비슷하여 안정감을 주는 대웅전은 네 귀퉁이에 추녀 뿌리를 받치는 가는 기둥인 활주를 세워 더 견고해 보인다. 바깥 단청은 보수한 흔적들이 있어 옛것과 현재의 단청이 공존한다. 대웅전은 17세기 무렵 예전 대웅전 자리에 그대로 중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앞면은 약 1.5m 높이의 2단 자연석 축단 위에 화강암 초석을 놓고 그 위에 둥근 배흘림 기둥을 세웠다. 앞면의 기둥 사이에는 정자살 분합(分閤)을 달았고 양 옆면의 첫 칸에만 정자살 문을 달았는데, 현재 우측은 문틀을 그대로 둔 채 토벽으로 처리했다. 공포는 외3출목(外三出目), 내4출목(內四出目)의 포작으로 되어 있다.
▲대웅전
▲대웅전 편액
대웅전 주련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걸려있다.
廣說妙法與義利 : 광설묘법은 의로운 이익을 함께 하고
普往十方諸國土 : 널리 시방세계 온나라에 나투셨다.
爲救世間而出現 : 세상을 구하고자 출현하시니
寂滅無性不可取 : 적멸무성은 취할 수 없도다
克滿法界無窮盡 : 법계에 가득차 무궁무진하니
佛身普徧諸大會 : 불신이 두루 하여 크게 모였다.
▲대웅전 수미단
▲대웅전 삼존불
이 대웅전의 가장 멋스러움은 화려한 지붕의 단청과 더불어 내부에 치장된 수미단과 닫집의 뛰어난 조각기법에 있다. 환성사 대웅전의 수미단은 목공예적 정식성과 조형미가 탁월하다. 기대감을 가지고 들여다 본 대웅전 본존불 위를 두르고 있는 닫집은 고풍스럽고 위엄이 있다. 그에 비해 수미단 아랫부분을 장식한 조각들은 마치 조선민화를 보는 것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각각 구분된 구획 안에 다른 종류의 꽃을 새겨 넣은 것은 부처님에 대한 헌화(獻花)의 의미도 있을 것이고 수미산 무릉도원에 핀 불국토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수미단 조각
▲수미단 조각
수미단은 상하 3단의 공예적 가구수법으로 짜여진 장방형 구조를 보여준다. 맨 아래에 안상이 장식된 족대(足臺)가 설치되었는데 전면에는 비룡과 익룡을, 측면에는 지물을 입에 문 귀면이 조각되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좌측 1~2칸 안상 속에 부조된 귀면상이다. 하나로 이어지는 여의두형 초삭(草索)을 나누어 입에 문 귀면들은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들이 물고 있는 새끼줄은 짚을 시계방향으로 돌려 꼰 왼새끼로, 예부터 왼새끼가 악귀를 쫓는 효험을 지녔다고 한다. 특히 아이를 낳고 금줄을 칠 때 반드시 왼새끼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즉 이들 두 벽사장은 불전과 불단, 부처님을 악귀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왼새끼라는 강력한 방어무기를 입에 문 것이다. 이를 착안한 옛 장인의 기막힌 창의력이라 할 만 하다. 이 밖에도 수미단에는 많은 중생들과 기초요화가 어우러진 희화적 길상으로 넘쳐나고 있다.
▲수미단 조각
▲수미단 조각
수미단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지덕(智德)과 체덕(體德)을 맡고 있는 문수보살을, 오른쪽에는 이덕(理德)과 정덕(定德), 행덕(行德)을 맡고 있는 보현보살을 협시보살로 하는 삼존불을 봉안했다. 원래 대웅전에는 고려 토불인 아미타삼존상(관음/대세지 협시)을 봉안하고 있었으나 5년전 도굴 훼손돼 다시 안치했다. 석가모니삼존상 뒤에도 180여년 된 탱화가 안치돼 있었으나 역시 도굴돼 5년 전 영산회상도 3점을 조성해 석가모니부처님과 보살상 후면에 각각 배치했다.
▲수미단 조각
▲수미단 조각
불상 위로는 닫집 대신 운궁(雲宮)으로 장식된 천개(天蓋)가 있으며 대들보 위로는 훤칠한 키의 중대공을 세우고 종보를 걸었으며 종보에 의지하여 소란반자가 짜여져 당당하고 장중한 느낌이 들게 한다. 내부 단청은 1978년 부패된 목재를 갈아내고 고색 단청을 했으나 결국 신·구 단청이 섞여 있는 셈이 됐다.
▲수미단 조각
<2009.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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