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환성사 수월관
환성사는 신라 흥덕왕 10년(835) 심지왕사(心地王師)가 창건했다. 고려 말에 불탄 것을 인조 13년(1635) 신감대사(神鑑大師)가 중건하였고 광무 1년(1897) 亘月大師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을 성처럼 둘러싼 산들의 모습이 마치 고리(環)와 같다 하여 환성사라 이름하였다. 일주문으로 들어 수월관(水月觀)을 마주 대한다. 2층 형태의 누각인데 그 아래를 통해 대웅전 앞 마당으로 들어서자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 아름이 훨씬 넘는 아래 기둥이 겨우 어른 키만하기 때문이다.
▲수월관
▲용연
▲용연
수월관(水月觀)이란 이름은 고려 때 환성사에 심지 스님에 버금가는 큰 스님이 배출된 것을 기념하여, 장대한 일주문을 세우고 절 앞에 큰 연못을 파고 누각을 지었는데, 달이 떠서 연못에 비치는 모습이 누각에서 보면 너무 아름다워 지었다고 한다. 달이 연못에 떠 비치는 광경이 아름답다는 수월관은 팔작지붕에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2층 다락집으로 누각 겸 절의 출입구 기능을 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심지왕사 이후 이름은 전하지 않은 위대한 선사가 환성사에 출현하게 돼 사찰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연못을 파고 일주문을 세우고 수월관을 지었다고 한다. 이 선사는 수월관 앞에 파놓은 연못을 보며 ‘만일 이 연못을 메우면 사찰이 쇠해지리라’고 예언해 역대 주지가 수월관 앞 연못을 소중히 관리해왔다고 전한다. 최근 수월관 앞에 연못을 복원하였다 그리고 이름을 용연이라 붙였다. 옛날 그 연못은 아니지만 옛날처럼 환성사가 번성하기를 기원해본다.
환성사 입구에는 큰 거북 바위가 있는데 그 모양이 거북이와 너무 많이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심지 왕사가 이 곳에 절터를 잡을 때 이 바위를 보고서, ‘이 바위가 있는 한 이 절은 쇠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는데, 이 또한 희미한 기억 속의 전설이 되었다. 조선 초의 일이다. 나라에서 불교를 억압했으나 환성사만은 하루도 신도가 끊어지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용연
▲수월관
▲수월관
이때 한 스님이 이곳에 주지로 있으면서 젊어서는 큰 덕으로 불자들의 숭앙을 받았으나 늙어서는 게으름이 늘어 손님이 많은 것이 귀찮게 느껴졌다. 그러자 혼자 곰곰히 생각한 끝에 사람을 시켜 절 입구의 거북 바위의 목을 자르게 했다. 그렇지만 거북 바위의 목을 정으로 깨뜨리니 갑자기 연못의 물이 붉게 변하여 이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절이 오히려 더 소란해졌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한 거지같은 객승이 찾아와 묵고 가기를 청하니 주지가 이를 귀찮게 여기며 구석진 골방을 주고 공양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튿날 객승이 길을 떠나면서, “이 절에 사람이 많은 것은 저 연못 때문이니 저것을 메우시오.” 라고 말했다. 주지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마을 사람들을 불러 연못을 메우게 했다. 그런데 흙을 한 삽 퍼붓자 갑자기 연못 속에서 금송아지 한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슬피 울고는 산 넘어 동화사 쪽으로 날아갔다.
▲수월관
▲수월관
▲수월관 편액
동네 사람들은 겁을 먹고 더 이상 메우려 하지 않아 주지는 절의 사람들을 동원해 메우게 했다. 꼬박 백일이 걸려 연못을 메우고 마지막 한 삽 흙을 퍼붓자, 갑자기 온 절에 불이 붙기 시작하여 그 웅장하던 건물들을 모조리 불태우고 겨우 대웅전과 수월관만 남았으니 그 이후로는 절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수월관(水月觀). 여느 절의 보제루나 안양루처럼 그 절의 담과 연장된 입구이면서 강당의 역할을 하는 곳인데 이름부터 사뭇 다르다. 누각에 앉아 아래 연못에 비친 달을 보는 곳이라는 뜻인데 그 달은 어쩌면 부처님의 마음을 뜻하거나 올곧은 수행자가 평생 마음속에 가두어 놓아야 할 밝은 의지나 힘의 원천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사에서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이야기를 품은 영지처럼 이곳은 부처님께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의 달을 품는 곳이 아닌지 모르겠다.
▲수월관 대들보
▲수월관
▲수월관
수월관 누각 아래를 통해 절 마당을 오를 수 있는데 아래 기둥이 참 좋다. 잡석 주초 생긴 모양대로 깔아놓고 그 위에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도 비틀어진 그대로 나뭇가지만 쳐낸 것을 얹어 놓았다. 자연스러움이란 이런 것이다. 못생긴 주초석이 못생긴 나무기둥을 원망할 일도 없고 서로가 얹고 얹혀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 이런 것들은 거대한 크기로 압도하는 중국 건축이나, 일본의 어느 것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의 특질이다. 순한 성질을 그대로 내보이는 돌과 나무를 어루만지며 "너 참 곱다"라고 기운을 불어넣는다.
<2009.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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