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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전양피사터 삼층석탑

蔥叟 2009. 1. 15. 06:33

경주 남산 전양피사터 삼층석탑

 

   삼국유사 염불사조 끝부분에 "절 옆에 또 절이 있어 이름을 양피사(讓避寺)라고 하였으니 마을 이름에 따라 이름짓게 된 것이다." 라는 기록이 덧붙여져 있다. 일반적으로 남산리 삼층석탑이라 불리는 곳이 바로 양피사터이다. 그 앞에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마을에서는 '양피못' 또는 '양기못'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못물을 대는 들판을 '양피들'이라고 한다. 이곳은 원래 피리(避里) 또는 피촌(避村)이라 불려져 왔는데 피촌이란 피리와 같은 말이고 양피못은 '양피사 옆에 있는 못'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 절터는 바로 양피사터인 것이다. 

  

▲전양피사터 동서삼층석탑

 

▲동삼층석탑

 

   전양피사터에는 동서 두기의 쌍탑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두 탑은 모양이 서로 다르다. 동탑은 한 단의 기단 위에 세워진 3층 석탑인데 벽돌 탑 모양인 전탑 형식으로 만들어졌고, 서탑은 두 단의 기단 위에 기와집 모양인 목탑을 본떠서 나타낸 전형적인 신라 석탑으로 세워졌다.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이같이 쌍탑이 다른 형태로 고안, 설계, 제작 건립된 것으로는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다. 그리고 합천 월광사터 동서 삼층석탑이 있다.

   동탑 주변에는 다듬은 돌을 이어서 탑구를 만들고 넓은 받침돌 위에 얕은 굄돌을 얹고는 그 위에 여덟 개의 큰 돌을 다듬어 짜 맞추어 기단을 만들었다. 이 탑은 기단이 독특한데, 돌의 크기, 높이, 너비가 모두 달라 이음새가 서로 어긋나게 되어 편평한 평면에 변화를 준다. 남쪽 면은 네 개의 돌이 열십(十)자 모양으로 만나서 전체적으로 보면 밭전(田)자 모양이 된다. 그런데 변화를 주기 위해, 가운데 부분에 홈을 파, 딴 돌을 박아넣어 균제를 깨뜨리고 있다. 
기단 위에 세 단으로 고임 받침을 만들고, 그 위에 기둥 모양을 새기지 않은 1층 몸체 돌을 얹었다. 1층 지붕 돌은 모두 수평선으로 아래는 5단, 위는 7단, 안쪽으로 너비를 줄여갔다. 2층과 3층 몸체 돌은 1층보다 높이는 반이나 줄었는데, 너비는 조금씩 줄어서 지붕 돌의 너비가 감소하는 비례와 같아 안정감을 주면서 상승감을 느끼게 한다. 지붕 위에는 노반만 남아있고 상륜부는 없어졌다.

 

▲서삼층석탑

 

▲서탑 탑신부

 

▲서탑 기단부

 

   서탑은 얕은 하층 기단 위에 상층 기단을 얹었다. 상층 기단에에는 각 면마다 2개의 우주와 한 개의 탱주를 조각하고 팔부신중(八部神衆)을 여덟 군데 새겼다. 탑신부는 전형적인 신라석탑과 같이 몸돌과 지붕돌을 얹었으며 상륜부는 노반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없어졌다. 탑에 십이지신상이나 팔부신중, 사천왕상을 새겨서 배치하는 것은 부처님 나라를 나타내기 위한 불교의 우주관이다. 

 

   동면에는 가루라(迦樓羅)와 용왕(龍王)이 새겨져 있다. 왼쪽 상은 새나라의 왕인 가루라이다. 몸체와 얼굴은 사람의 모습이나 입만은 독수리 부리처람 날카롭게 튀어 나왔다. 입에 염주를 물고 두 손으로 받치고 있다. 몸을 모두 찰갑으로 무장한 것은 부처님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고, 구름을 타고 천의자락을 나부기는 것은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오른쪽 상은 용왕(龍王)으로서 머리에 용관을 썼고 왼손으로 용의 꼬리부분을 잡고 오른손에는 비바람을 마음대로 다스리는 여의주가 들려있다. 

 

▲서탑 기단부 동면 팔부신중상

 

▲팔부신중(용)

 

▲팔부신중(가루라)

 

   남면에는 아수라(阿修羅)와 건달바상(乾婆像)이 새겨져 있다. 아수라는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덟개인 지옥의 왕이다. 손에는 모두 무기를 들고 있는데 위로 올려든 손에는 해와 달이 들려있다. 나머지 손에도 칼, 낫, 금강저, 노끈 등을 가지고 있다. 아수라가 화가 나서 여덟개의 팔을 휘두르면 온 세상은 뒤죽박중이 되니 이러한 상태를 수라장이라 말한다. 건달바는 악기를 타고 춤을 추면서 우리 인간들을 즐겁게 해주는 신인데 구름 위에 사자탈을 쓰고 앉아 장단을 맞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서탑 기단부 남면 팔부신중상

 

▲팔부신중(아수라)

 

▲팔부신중(건달바)

 

   서면에는 천(天)과 야차상(夜叉像)이 새겨져 있다. 천은 하늘 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늘 아래를 말하는 것이다. 무장한 장수가 금강저를 들고 아래 세상을 쳐부수려고 하는 모습인데, 언제나 당을 깨끗이 하려는 하늘의 뜻을 인격화한 것이라고 한다. 천의 오른쪽은 야차상인데 귀신나라의 상으로서 염주를 입에 물고 손으로 헤아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탑 기단부 서면 팔부신중상

 

▲팔부신중(천)

 

▲팔부신중(야차)

 

   그 위는 수미산 꼭대기 사왕천이고, 사왕천 위는 도리천, 도리천 위는 맑고 깨끗한 부처님 나라인 것이다. 기단 위에는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형식의 몸체 돌과 지붕 돌이 삼층으로 얹혀 있다. 1층 몸체 돌의 너비에 비해 위 기단의 너비는 배, 아래 기단의 너비는 3배의 비율로 돼 있어 매우 안정감이 있다. 그 위로 2, 3층이 알맞은 비례로 줄어들며 솟아올라 아름답게 느끼지는 탑이다.  

 

 

 

                                                                                <2009.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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