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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 - 서울 종묘 정전

蔥叟 2018. 1. 9. 20:29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 - 서울 종묘 정전

 

정전은 왕과 왕비가 승하한 후 궁궐에서 삼년상을 치른 다음에 그 신주를 옮겨와 모시는 건물로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된다. 정전의 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은 세 곳에 있다. 남문은 신문으로 혼백이 드나드는 문이다. 동문으로는 제례 때 제관이 출입하고 서문으로는 악공, 춤을 추는 일무원, 종사원이 출입한다. 정전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재위 중인 왕의 4대 조상, 역대 왕 중에서 특히 공덕이 큰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셨다. 정전은 내부에 모실 신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몇 차레에 걸쳐 옆으로 증축하여 늘렸다. 건물 앞에 있는 가로 109m, 세로 69m나 되는 넓은 월대는 정전의 품위와 장중함을 잘 나타낸다. 월대 가운데에는 신문에서 신실로 통하는 긴 신로가 남북으로 나 있다. 제관과 집례관들은 월대에 도착열하여 제례를 행한다. 신실의 양족에는 창고와 부속실들을 마련했다. 거친 월대 바닥과 위로 육중한 지붕을 떠 받치고 있는 모습은 숭고하고 고전적인 건축미의 극치를 이룬다.

 

현재 정전에는 제1실인 서쪽 첫번째 칸에 태조, 다음 칸부터 차례로 태종, 세종, 성종, 중종, 선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순조, 문조, 헌종, 철종, 고종, 순종과 각왕의 비를 합쳐 모두 49위의 신주가 19감실에 모셔져 있다. 종묘는 최고의 국가적 신전으로서 침묵의 공간, 영원한 장소라 지칭한다. 모든 종교건축에서와 마찬가리로 신성한 공간과 형태를 추구한다. 종묘 건축의 장치와 개념들은 신성성에 도달하기 위해 암시적이고 은유적이다. 정전은 총 35칸으로 기다란 선형건축을 이룬다. 정전은 월대 위에 놓여지며, 다시 하월대를 두어 마당같은 공간을 이룬다. 하월대에서 한켜 덜어져 굳건한 담장을 쌓고 문을 동남서 각 세 곳에 설치했다. 정전은 태실만 19칸, 좌우협실과 동서월랑을 모두 합하면 35칸이다. 10칸이 넘으면 그것은 '길다'는 사실만 인지될 뿐, 칸수의 숫자적 구별은 무의미하다. 이처럼 자칫 비인간적인 규모와 형태로 가기 쉬운 반복의 효가를 초월적인 장소로 환원시킬 수 있었던 비밀은 부분과 전체를 지배하는 단순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절 장식없이 다듬어진 돌들로 만들엊ㄴ 월대는 장중한 느낌을 준다. 부연과 단청도 없는 소박한 지붕은 초라하지 않고 강렬하며 장엄하다. 모든 인위적인 장식과 기교와 조작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초월적 효과들이다.

 

정전은 정면에만 목조의 문과 창이 달려있고, 나머지 3면은 모두 두꺼운 전돌벽으로 폐쇄된 마치 동굴과도 같은 건물이다. 내부는 당연히 깜깜하다. 그러나 하얀 박석들로 마감된 바깥의 마당과 기단은 밝은 햇빛을 반사한다. 눈부시게 밝은 외부와 한줄기 빛조차 없는 암흑의 내부, 산자들의 공간과 죽은자들의 공간인 것이다. 완전한 어둠과 정적의 공간. 이들이 어둠과 정적을 벗고 산 자들의 세계에 노출되는 날이 바로 제례일이다. 아니 산 자들이 그 두꺼운 문을 열고 죽은 자들의 공간에 접근하는 날이다. 태실들 앞에는 한 칸씩의 퇴칸들이 설치됐다. 지붕은 덮여있되 벽체가 없이 개방된 공간, 몸체는 외부에 속하고 지붕은 내부에 속하는 전이공간이다.

 

신위가 모셔진 태실만을 기준으로 정전은 태조때 7칸에서 4칸씩 3번 확장해 19칸이 되었다. 정전 내부는 태조를 가장 서쪽 칸에 모시며 후세의 왕일수록 동족으로 모신다. 서쪽을 높은 위계로 치는 이른바 서상西上의 원리를 따른 것이다. 서상의 원칙을 따르면 서쪽에 모셔진 가장 중요한 신위는 옮길 수가 없어 자연히 증축은 동쪽 끝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전은 19칸 태실부분의 지붕이 모두 높고 균질하다. 태실이나 기둥의 처리와 같이 무한한 연속을 반복한다. 도대체 몇 칸인지 분간하기를 포기할 만큼 인간적 인식의 한계를 초월해 버렸다. 정전과 영녕전의 규모와 형식에 큰 차이가 없지만 정전은 크고 육중하고 초월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영녕전은 작고 날렵하고 일상적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하여 정전은 기념비적 성격을 최고조에 달하게 하여 초월적 영속성을 목적으로 하는 종묘의 성격에 효과적으로 부합하게 되었다.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종묘 정전

 

 

 

<2017.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