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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마도 세이후쿠지 보협인탑

蔥叟 2016. 1. 23. 06:10

일본 대마도 이후쿠지 보협인탑

 

‘보협인탑(寶篋印塔)’은 탑 안에 〈보협인다라니경〉을 봉안한 탑을 말하며, 공양탑(), 묘비()으로 건립되었다. 중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졌다는 문헌상의 기록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1기만 전해지고 있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전시대를 거쳐 가장 많이 조성된 불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사찰에서는 크고 작은 여러 형태의 보협인탑을 쉽게 친견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협인탑은 재료에 있어서는 금속과 석재로 나누어지며, 구조를 보면 기단부에 4분의 여래상이 있으며, 탑신에는 모두 본생도(本生圖)를 표현하였다. 네 개의 모서리 장식은 일반적으로 2단으로 구분되어 불전도(佛傳圖)를 나타내고 있으며, 상륜(相輪)이라는 탑상부로 구성되어 있다.

 

▲보협인탑

 

▲보협인탑

 

이러한 보협인탑의 유래는 중국 오월국(吳越國)의 마지막 왕이었던 전홍숙(錢弘俶)에 의해서 조성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홍숙은 오대시기 십국의 하나인 오월국의 마지막 왕으로, 자는 고명(高明)이고 시호(諡號)는 충의왕(忠懿王)이며 항주(杭州)사람이다. 동생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전홍숙은 오월국을 송나라에 바치고 회해국왕으로 임명받고 여생을 편히 살다가 송 태종 단공(端拱) 2년(989)에 세상을 떠난다. 그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는 관군을 통솔하는 대장으로서 황소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전한다. 특히, 954년 반란군들과의 마지막 전투에서는 적들이 강물에 뛰어들어 도망가는데, 이들을 죽이거나 생포한자가 너무 많아 강물이 멈출 지경이었다. 이 공덕으로 오월왕에 봉(封)해 졌지만, 전홍숙은 많은 사람을 죽인것 때문에 밤마다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마침내 병을 얻어 큰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이때, 한 스님이 전홍숙에게 “불탑을 만들고, 탑 안에 보협인다라니를 봉안하고 정성이 담긴 향과 꽃으로 공양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이에 전홍숙은 인도 아쇼카왕의 8만4천탑 조성 불사를 생각하며, 전국에 8만4천탑을 조성하여 〈보협인다라니경〉을 탑 안에 봉안하였다.


원래 〈보협인다라니경〉은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다라니경〉으로 밀교계통의 경전이다. 보협이란 ‘보배를 담은 좁은 상자라는 의미’인데 그 상자에 모든 부처님의 전신사리를 의미하는 다라니를 모셔서 탑을 조성한 것이다. 이것은 무구정광대다라니와 더불어 전형적인 불탑신앙의 근거가 되는 경전이기도하다. 이 경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협인탑

 

▲보협인탑

 

부처님의 제자 중에 ‘무구묘광’이라는 브라만이 있었는데, 그의 집에 초청을 받아 길을 걷던 부처님께서 가시덤불과 잡초로 덮인 오래된 탑 앞을 지나시게 되었다. 걸음을 멈추신 부처님께서는 허물어진 탑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도셨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벗어 그 탑을 덮으셨고 그리고는 매우 슬피 우셨다가 다시 웃으셨다. 그 행동이 의아해서 이유를 묻는 제자들에게 부처님께서는 “이 큰 전신사리는 여래보탑을 모은 것으로, 깨알처럼 많은 백천겁의 여래전신사리의 모둠이며, 또한 팔만사천법문이 이 탑 안에 있느니라. 이런 신묘한 까닭에 이 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신령스런 영험과 뛰어난 위덕이 있고, 일체 세간에 경사가 가득 차게 할 수 있느니라....(중략)....후세에 나의 제자들이 이 경을 쓰고 베끼면 99백천만겁의 여래께서 설하신 일체경전을 쓰고 베낀 것과 같아서 99백천만겁의 부처님 전에 선근을 심은 것이며, 그 모든 일체의 여래께서 마치 눈을 보호하는 것과 자비로운 어머니가 어린 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같으니라. 어떤 이가 이 경을 한 번 읽으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경을 읽은 것과 같으며....(중략)....


내가 열반하고 후세 말법시대가 되면, 중생들이 악한 짓을 하여 지옥에 떨어지고, 삼보를 비방하며, 불법은 숨게 된다. 이 까닭에 내가 오늘 눈물을 흘리는 것이며, 저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모두 눈물을 흘리느니라. 그러나 이 탑은 오히려 더욱 견고하여 찬란한 빛을 발하게 된다. 어떤 중생이 이 탑에 향 하나, 꽃 한 송이로 예배 공양한다면, 80억겁의 생사중죄가 일시 소멸될 것이며 살아서는 재앙을 면하고 죽어서는 극락에 태어난다. 아비지옥에 마땅히 떨어질지라도 이 탑에 한번이라도 예배하고 한번이라도 돌면 지옥문이 닫히며 보리도가 열리리라....(하략)


〈대정신수대장경 19권〉

 

▲보협인탑

 

▲보협인탑

 

이처럼 〈보협인다라니경〉을 봉안한 탑을 한 번만 예경하면 수십억겁의 중죄가 소멸되어 극락에 태어난다는데 어느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전홍숙은 왕위에 올라 막강한 권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찰을 창건하고 보협인탑 등을 조성하는 등 불사를 통해 불법의 위신력을 얻어 살생을 많이 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나아가 국가를 보호하는 한편 스스로를 아쇼카왕과 같은 전륜성왕으로 자처하고자 8만4천의 보협인탑을 조성한 것이다.

 

▲보협인탑

 

 

 

<2016.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