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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화엄종찰 -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蔥叟 2012. 6. 21. 00:09

해동화엄종찰 -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양문을 지나면 무량수전이다. 이제 순례자는 극락에 도달한 것이다. 안양문을 지났으니 극락이요. 서방극락정토의 주불이신 아미타불이 계신 무량수전에 왔으니 또한 극락이다. 극락은 지극히 즐겁고 평화로운 곳이 아닌가. 극락은 고뇌하는 중생의 영원한 피안이다. 그렇다 무량수전을 바라보면 볼수록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은 그곳이 바로 극락이기 때문이리라. 무량수전. 우리나라에 현재까지 전하는 고려시대 건축물은 대략 6개 정도이다.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조사당,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 예산 수덕사의 대웅전, 영천 거조암의 영산전 그리고 강릉의 객사문이 그것이다.

 

▲무량수전

 

▲무량수전

 

   그 가운데서도 무량수전이 가장 뛰어난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량수전은 가장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다. 흔히들 무량수전을 완벽한 조화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적 교훈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한 것이리라. 그것은 완벽한 조화와 비례 그리고 기능과 구조의 아름다움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무량수전이 가지고 있는 목구조의 형식과 양식과 기법에 대한 설명은 건축학도가 아닌 나로서는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한국 목구조 기술의 정수인 기법들 가운데 눈여겨볼 것은 기둥의 안쏠림, 배흘림과 귀솟음. 평면의 안허리곡. 그리고 항아리형 보 등이다. 이러한 기법들이 가미된 무량수전이기에 완벽한 아름다움이 창조된 것이라고 하겠다.

 

▲무량수전

 

▲무량수전

 

   먼저 기둥의 안쏠림이란 건물 모퉁이 기둥의 윗부분을 수직선보다 약간 안쪽으로 기울여 세우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지붕하중에 의해 건물의 양끝이 벌어져 보이는 것 같은 불안감을 해소해준다. 둘째, 배흘림은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불룩하게 깎는 기술인데 멀리서 바라볼 때 착시현상에 의해 가운데 부분이 가늘어 보이는 현상을 막아주는 기법이다. 셋째, 귀솟음이란 건물의 양 끝 기둥을 가운데의 기둥보다 약간 더 높게 세우는 기법이며, 넷째는 평면의 안허리곡인데 이는 평면을 직사각형으로 만들지 않고 네 변의 중간을 약간 안쪽으로 들이밀어 기둥을 세우는 기법이며, 마지막으로 항아리형 보라는 것은 대들보의 단면을 항아리 모양으로 위는 둥글고 아래는 직선으로 깎는 기법이다. 이런 기법들이 적용되었기에 시각적인 불안감을 해소시켜 무거운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지만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량수전 편액

 

▲배흘림과 공포

 

   그러나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량수전 앞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자연의 모습이다. 순흥지에서 말한 귀신의 역사(役事)요, 하늘의 솜씨라 할만큼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바로 극락의 장엄이 아닐런지. 아득히 멀어져가는 산맥들 속에 솟아있는 모든 봉우리들이 일체의 모습으로 무량수전 앞에 예불을 올리는 듯한 형상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가 모두요, 모두가 하나인 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卽一體 一體卽一)의 화엄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공포

 

▲귀공포

 

   무량수전 아미타불을 배알하기 전고 마지막으로 순례자의 눈길이 머문 곳은 무량수전 기단이다. 그곳에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무량수전을 받치는 기단도 예사롭지만은 않다. 물론 신라시대의 것은 아니나 통일신라의 전통을 이어받은 고려시대의 기단이다. 무량수전의 기단 동쪽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충원 적화면 석수 김애선(忠原赤花面石手金愛先)'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건축물을 만든 장인의 애정과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겠거니 하고 넘기기에는 더 깊은 역사적 사실을 암시하는 귀중한 것이다. 먼저 이 기단을 축조했던 고려 중기에 '김'씨 성을 가졌다는 것은 장인의 사회적 신분이 상당히 높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고려시대에 성을 가질 수 있었던 사람이 전국민의 15~20%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수긍이 갈 것이다. 그 뿐인가 건물의 전면에 자신의 이름을 명문으로 남길 수 있는 정도의 사회적 신분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명문에 새겨진 고려시대의 사회사적 의미를 생각하며.

 

▲기단의 명문

 

  

 

<2012.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