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남평문씨 세거지 - 인수문고(仁壽文庫)
남평 문씨 집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서를 가지고 있는 집안으로 알려졌다. 남평 문씨는 인수문고라는 특별한 문고를 갖고 있다. 현재 인수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 종류가 약 8500 여 권에 달한다. 보통 고서의 경우에는 1 책이 2-3 권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약 2만 권에 해당한다. 그래서 보통 만권당 (萬卷堂)으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 나라 서원 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 안동의 도산서원으로 알려졌는데, 도산서원이 약4400 권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인수문고는 도산서원보다 거의 2 배 이상 책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다. 인수문고는 장서의 양뿐만 아니라, 어느 책도 책의 권수가 하나도 빠지지 않은 낙질(落帙)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어느 책도 낱권이 아닌 전집으로 완벽히 갖추고 있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문중문고이다.
▲인수문고 출입문
인수문고의 기반이 되는 만권당의 설립 시기는 경술국치를 당한 1910 년 무렵이다. 나라가 망하던 시기에 설립된 문고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려 26대 충선왕이 임금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서, 원나라 수도 연경의 저택에서 만권당을 짓고 많은 서적을 수집하였다. 고려에서 학자 이재현을 불러와 중국의 학자들과 더불어 학문적으로 교류하면서, 고려 유학의 발전에 큰 자극을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아마 인수문고도 망국의 아픔을 책으로 달래고 문화를 일으켜서, 다시 나라의 주권을 되찾아보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만권당을 세워는 지도 모른다.
만권당은 집안의 자녀 교육을 위하여 설립되었다. 남평 문씨 집안에서는 일본이 세운 신식 학교에서 자녀들을 교육시키지 않았다. 일본 사람이 세운 학교에 자녀를 보내면, 결국 자녀들도 일본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실제로 그 당시 자녀들에게 전통 서당 교육을 고수하였다. 만권당은 집안 자녀들을 위하여 설립한 사립 학교이며 도서관이고, 일본 침략에 대항하는 정신적인 의지의 상징이다.
▲거경서사
인수문고는 1981 년 정부 보조를 받고, 수봉정사 옆 공터에 별도의 건물을 마련해서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자리에 중곡문고(中谷文庫)라는 또 하나의 문고가 추가되었다. 인수문고는 고서를 중심으로 모았는데 비해서, 중곡문고는 최근에 출판된 책을 중심으로, 5000 권 이상을 모아서 보관하고 있다. 인수문고 맞은편에는 거경서사(居敬書舍)라고 이름지은 방 2칸 자리 조그만 독서실을 마련해서, 인수문고를 장기간 열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개방해 놓고 있다. 마당에는 녹색 잔디가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다. 그 녹색 잔디 위에서 원목 의자에 앉아 고서를 뒤적이고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학문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인수문고
<2008.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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