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지리산문화권

사천 흥사리 매향비

蔥叟 2018. 8. 27. 18:24

사천 흥사리 매향비

 

매향(埋香)<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에 근거한 일종의 신앙의식으로, 매향비는 내세(來世)에 미륵불(彌勒佛)의 세계에 태어나기를 염원하면서 복을 빌기 위하여, 향목(香木)을 해수(海水)와 시냇물이 만나는 지점에 묻고 그 사실을 돌에 새겨 기념하기 위해 세우는 비를 말한다. 곤양면 흥사리의 매향비는 흥속마을 앞을 흐르는 소하천(默谷川) 건너에 야트막한 야산 아래에 있다. 이 비는 고려말 우왕(禑王) 13(1387) 정묘년에 세운 것으로, 건립시기가 왜구(倭寇)의 창궐이라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서, 고려의 국운이 쇠퇴해지자 왜구의 격심한 침탈을 받던 해안지방의 민중들 즉, 승려를 중심으로 매향의 주도집단인 향도(香徒) 1천명이 결계(結契)하여 사중(四衆)의 신도 4,100명이 더불어 대원(大願)을 발원하고 침향목(沈香木)을 행함으로써 미륵보살의 용화삼회(龍華三會)를 기다려 내세의 복을 축원함과 동시에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의 글을 새겨 놓은 것이다.

 

빗돌의 크기는 대개 높이 160cm, 너비와 두께는 각각 120cm의 규모로 흑운모 화강석으로 된 자연석이며, 돌의 전면에다 자경 5cm 내외의 전자체(篆字體)로 세로 17204자의 비문이 음각돼 있다. 그러나 비문은 오랜 풍우로 인해 자연 마모가 현저하여 그 중의 한 자만 판독 불명이다. 더 이상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 보물로 지정된 후 보호각(保護閣)을 세워 관리하고 있다.

 

매향의식은 옛날부터 그렇게 많이 행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민속적으로는 향나무를 땅에 묻어 미륵보살을 공양하며 부처 보살이 가는 아주 깨끗한 세상에 왕생(往生)하고자 하는 종교의식을 말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향은 불태워서 천상계(天上界)의 신명(神明)을 청해 모시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향은 단지 태우는 것만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신명에게 고하여 알리는 수단이 있으니 이것이 신앙의식의 매향 또는 침향(沈香)으로서 미래 구복적(求福的) 성향이 강한 미륵하생신앙(彌勒下生信仰)의 한 형태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매향비에 나타난 발원형태는 모두 미륵 하생신앙과 연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침향의 냄새 말고 향물을 몸에 바르면 오근(五根)이 청정하여져서 무량의 공덕을 얻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매향은 <미륵하생경>에 근거한 신앙형태로서 향나무를 묻었다가 침향을 얻어 그 향연을 매개로 하여 발원자가 미륵 세계와 연결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침향의 연기(緣起)는 신명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고리로 보았고 그 고리 앞에서 소원을 빌면 성취가 된다는 것이다. 즉 매향을 행하는 것은 자씨(慈氏 : 미륵불)가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도(成道)하여 수많은 중생을 제도(濟度)할 때, 그 세상에 태어나서 미륵불의 교화를 받아 용화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소원을 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매향비(14) 중 경위나 유래, 또 그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신앙형태를 전하는 것은 북한의 고성 삼일포(高城三日浦) 매향비, 사천의 흥사리 매향비, 충남의 해미(海美) 매향비의 3례 뿐이라 한다. 이들 3종 매향비에 나타난 발원형태는 위에서 말한 바와같이 모두 미륵하생신앙과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미륵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석가세상에서 석가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매향 당시의 승려와 향도는 연기에 의한 윤회설(輪廻說)을 믿고 먼 훗날을 기약했다는 것이 된다.

 

불가에 구전되는 바로는 매향의 최적지는 시냇물과 해수가 만나는 지점이라 한다. 따라서 매향처가 해안지방 또는 도서지역에 한정되는 것은 필연적이고, 실제 사천 매향비를 비롯한 국내의 모든 매향처가 모두 섬 또는 해수가 유입되는 내만(內灣)· 첨입부(添入部)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사천 흥사리와 향촌동의 매향처도 옛날에는 시냇물과 바닷물이 합수된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흥사리 매향비는 지금까지 발견된 어느 매향비보다 불교사상적 내용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대부분의 매향비 내용이 매향 사실이나 신앙집단들만을 간략하게 기재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비는 미륵신앙의 사상적 측면을 함축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매향비문의 원문과 해석내용을 전재하면 다음과 같다.

 

<千人結契埋香願王文>

夫欲求无上妙果必須行願相扶有行无願其行必孤有願无行其願虛設行孤則果喪願虛則福劣二業 雙運方得助( )妙果貧道與諸千人同發大願埋沈香木以待慈氏下生龍華三汾持此香達奉獻供養 彌勒如來聞淸淨法悟无生忍成不退地願同發人盡生內院訂不退地慈氏如來見爲我訂預生此國預 在植汾聞法悟道一切具足成其正覺 主上殿下万万歲國泰民安 達空 洪武卄年丁卯八月卄 八日埋 刻金用書守安 優婆塞優婆夷比丘比丘尼 都計四千一百人 個中 大化主 覺禪 主上

 

<천인 결계 매향 원왕문>

더없이 오묘한 정성공경의 응보를 받고자 한다면 반드시 없어서는 안될 실행과 소원을 함께 하여야 서로 도우게 되는 것이다. 정성으로 닦고 실행하되, 소원이 없으면 그 실행은 반드시 홀로 외로워지고, 소원하되 실행하지 않으면 그 소원은 반드시 홀로 허망한 것이다. 실행이 홀로 외로우면 오묘한 정성공경을 잃게 되고, 소망이 홀로 어이 없고 공허하면 복록(福祿)이 부족할 것이니 믿음과 소원을 모두 나란히 운용(運用)한 연후에 바야흐로 깊은 선과(善果)를 얻게 될 것이로다. 소승이 향도(香徒) 천명과 더불어 크게 발원(發願)하여 침향(沈香)을 땅에 묻고 미륵보살이 하생(下生)되기를 기다려서 용화회(龍華會) 위에 세 번이나 모셔 이 매향불사(埋香佛事)로 공양을 올려 보살핌의 청정(淸淨)한 법음(法音)을 듣고 생멸(生滅)이 따로 없는 도리와 인욕(忍辱)으로 고행의 경지에 이르러 물러서지 아니하고 사람마다 내원(內院:도설천에 미륵보살이 있는 내외 2)에 나기를 빌어 동맹의 결의를 굳게 다집니다. 미륵보살께서 우리의 동맹을 위하여 미리 이 나라에 나시고, 이 약회(茂會) 위에 계셔서 당신의 법음을 듣게 하고 깨닫게 하시니 모두가 구족(具足)한 깨달음을 이루어 임금님의 만세와 나라의 융성, 그리고 중생의 안녕을 비옵니다. 달공(達空)

고려 우왕 13(1387) 정묘 828일 묻고, 김용(金用)이 새기고 수안(守安)이 글을 쓰다. 기혼 미혼 남녀 불자 도합 41백인 대표 대화주 각선(覺禪) 주상님께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흥사리 매향비

 

 

 

  <2018.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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