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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문의 고향 - 장흥 가지산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蔥叟 2016. 12. 29. 10:31

가지산문의 고향 - 장흥 가지산 보림사 철불

 

도피안사의 철조비로자나불상(865)과 더불어 통일신라 말기의 명문이 있는 최초의 예이자 규모가 큰 대표적인 불상이다. 왼쪽 팔 뒤에 조상기가 음각되어 있는데 "대중 12(헌안왕 2) 무주장사 부관 김수종(武州長沙副官金遂宗)이 왕에게 불상 만들기를 청했다"는 내용이다. 보조선사창성탑비문에도 이 불상의 조성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 "宣帝十四年(헌안왕 4) 김언경(金彦卿)이 사재로서 시철(市鐵) 2,500근을 내어 노자나불을 조성했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이 기록으로 지권인의 철불 존명이 노자나불임을 알 수 있어 신라 하대 신앙사연구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불상이다.

 

當成弗時釋迦如來入滅 / 後一千八百八年耳此時 / 情王卽位第三年也 / 大中十二年戊寅七月十 / 七日 武州長沙副官 金遂 / 宗聞奏 情王八月 / 廿二日勅下令躬作不 / 覺勞困也

불상을 조성한 때는 석가여래 입멸 후 1808년이다. 이때는 정왕 즉위 3년이다. 대중 12(헌안왕 2, 858) 무인 717일 무주 장사현 부관 김수종이 진주하여, 정왕(情王)822일 칙령을 내렸는데 몸소 지으시고도 피곤함을 알지 못하셨다.

 

<보림사철조비로자나불좌상조상기(寶林寺鐵造毘盧舍那佛坐像造像記)>


宣帝十四年仲春副守金彦卿夙陳弟子之禮嘗爲入室之賓減淸俸出私財市鐵二千五百斤鑄盧舍那佛一軀以莊禪師所居梵宇

() 선제(宣帝) 142월 부수(副守) 김언경은 일찍이 제자의 예를 갖추고 문하의 빈객이 되어 녹봉을 덜고 사재를 내어 철 2,500()을 사서 노사나불 1구를 주조하여 (보조)선사가 거처하는 절을 장엄하였다.

 

<보림사보조선사창성탑비(寶林寺普照禪師彰聖塔碑)>

 

불상조상기에는 김수종이 왕에게 주청하여 1년동안 만들었다고 하였고, 보조선사탑비에는 김언경이 주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수종과 김언경은 활동연대와 한 일의 내용으로 보아 같은 인물로 보는 것이 기존의 정설이다. 불상과 비문에 적힌 조성연대가 다른 것은 헌안왕 2년은 철불을 부어 만들 거푸집을 만들면서 새긴 연도이고, 이 거푸집을 만드는데 1년이 걸렸으며 철불을 완성해서 봉안한 것은 헌안왕 4년이라고 주장이다.

 

하지만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선생은 보조선사 창성탑비의 전반부 6행은 곤미현령 김원이 구양순체로 쓰고 6행 중간 이후부터는 김언경이 저수량체로 쓰고 있으며 특히 비로자나불의 주조사실 기록 부분이 김언경의 글씨로 씌어져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헌안왕 2년에 김수종으로부터 시작한 일을 4년에 김언경이 마무리를 지었는데, 후자가 자신의 공을 드높이고자 전자의 공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언경은 팔뚝의 양각 명문을 지우는 일을 꾀하지 않았을까? 그 답은 당시의 도금술에 의해 양각 명문이 숨겨져 있어서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언경은 그 명문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상은 통일신라 전성기의 불상에 비해 인체의 비례가 맞지 않는데 몸에 비해 머리는 큰 편이고, 지권인을 결하고 있는 손은 지나치게 작은 반면에 발은 지나치게 크게 조각되어 있다. 얼굴은 경직된 인상으로 약간 치켜 올라간 긴 눈과 각이 진 코, 두툼한 입술 등 표현이 강하다. 목에는 삼도가 두텁게 늘어져 비만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어깨는 빈약한 것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통견의 법의는 앞가슴이 V자형으로 깊게 벌어지고 속에 수평으로 입은 내의가 보인다. 옷주름은 평행융기선으로 정제되어 있지 않으나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통일신라 말기의 불상양식을 살피는 데 있어서 조각 수법은 우수하지 못하지만 연대를 수반한 중요한 작품이다. 명문에 조성 연대를 불멸(佛滅) 1808년이라 밝혀 놓아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북방설의 불멸 기원(서기전 949)이 이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철조비로자나불좌상

 

 

 

<2016.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