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두륜산 대흥사 가허루
한옥 건축의 아름다움은 자연을 거슬리는 직선이 없다는데 있다. 자연을 닮은 곡선과 휘어짐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것이 한옥건축이다. 한옥건축의 주재료인 나무들은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살짝 휘어진 나무, 깊은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나무, 한 부분이 볼품없이 불거져 있는 나무, 곧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나무 등 제각각입니다. 한옥 건축은 이 모든 나무를 취한다. 못생긴 놈은 못생긴 대로 곧게 뻗은 잘생긴 나무는 잘생긴 대로 모든 나무들을 취한다. 생명이 있는 우주의 만물은 다 쓰임새가 있다는 철학이 한옥에 녹아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한옥에는 평등사상이 깃들어 있다.
대흥사 각 건물의 양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들도 비틀어진 나무가 있고 천장을 가르는 대들보도 곡선으로 휘어진 것이 많다. 그런데 바르지 못한 그 나무들이 건물을 더욱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 내고 있다. 오히려 이 때문에 바른 나무들이 가려져 버린다는 느낌마저 든다. 대흥사 건물 중 나무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옮겨 건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곳이 있다. 천불전을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가허루 문지방이 바로 그것이다. 둥글게 휘어진 모습이 건물을 살리고도 남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휘어진 문턱 하나가 너무도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허루라는 명칭에서 보듯 이 건물은 누각이어야 한다. 누각이란 의미는 2층에 빈 공간이 있는 건물을 말한다. 그런데 가허루 건물은 2층 누각이 없다.
누각이 없는 대신 이 문지방을 땅으로부터 뜨게 만들어 누각임을 은연중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살짝 휘어진 나무를 결구해 건물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불편함 없이 드나들도록 실용성도 고려했다. 가허루라는 이름은 다른 사찰에서도 가끔 보이는 건물이다. 대흥사는 천불전 앞에 가허루를 지었다. 대흥사의 가람 배치를 보면 천불전이 중심에 서 있다. 중심에 있는 천불전을 감싸고 있는 건물이 가허루이며 이 가허루 건물 때문에 천불전은 더욱 위용이 넘쳐 보인다.
여기에 가허루 문지방의 곡선은 천불전의 위용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봐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가허루는 소 멍에 가에 빌 허자를 쓴 한자어이다. 문지방의 곡선은 이 한자어를 너무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가허루 문지방의 곡선은 둥근 인간의 마음, 부처의 마음을 닮았다. 그 문지방은 홀로 있을 때는 비틀어지고 못생긴 모습이었겠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 자신이 필요한 곳에 서 있느니 정말 돋보이는 존재가 되었다. 가허루 문지방을 통해 우리는 조선인의 마음을 읽는다.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가허루
<2016. 11. 20>
'◈한국문화순례◈ > 영산강문화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남 두륜산 대흥사 심진교 (0) | 2016.12.17 |
---|---|
해남 두륜산 대흥사 천불전 (0) | 2016.12.16 |
해남 두륜산 대흥사 무염지 (0) | 2016.12.14 |
해남 두륜산 북미륵암 동삼층석탑 (0) | 2016.12.13 |
해남 두륜산 북미륵암 삼층석탑 (0) | 2016.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