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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 가는 길 - 고창 선운사 민불

蔥叟 2016. 5. 4. 08:41

도솔 가는 길 - 고창 선운사 민불

 

선운사 계곡에 민불이 한 기 서 있었다.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한번 친견하리라 원(願)을 세워놓았다. 하지만 친견의 날은 다가오지 않았는데 드디어 이번에 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불은 선운사 계곡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의아한 마음이었는데 민불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셨다. 바로 성보박물관 뜰이었다. 작은 키에 둥근 얼굴로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계신 민불은 오른손을 가슴 가운데 올리고 왼손을 오른손 팔꿈치 아래에 놓고 계신다. 부처님을 친견하여 난 원을 이룬 셈이다.

 

민불이라는 신앙조형물이 만들어진 것은 대체로 조선 후기의 일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격동을 겪은 후 전반적인 생산력 발달로 인해 점차 변화의 조짐을 배태하던 이 시기에 민중의 마음을 끌어안은 것은 이미 유교 도덕도 아니었고 어려운 경전을 설하는 산중 불교도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자기들의 삶의 터에 마음을 의탁할 신앙물을 만들어 세웠다. 이것은 법당 연화대좌에 근엄하게 앉아 있던 부처를 자기들이 사는 곳으로 이끌어 오고 또 아득한 시절부터 자기들 속에 이어져 오던 여러가지 신앙과 생활을 거기에 가미하고 통합하는 과정의 결과였다.


▲민불


▲민불


▲민불


▲민불


▲민불


▲민불

 

 

 

<2016.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