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순례 - 경주 남산 철와골 석조불두
경주남산 철와골에서 발견된 이 불두는 높이가 153cm, 중량은 1.7t에 달하는 대형이다. 이 불두는 일반적인 불상의 비례로 보아 만약 입상(立像)이었다고 하면 그 불상은 전체 높이가 무려 10m가량이나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설혹 좌상(坐像)이었다고 해도 그 불상는 높이가 6m가량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머리에 큼직한 육계가 정수리에 우뚝 솟아 있고, 이마에는 백호(白毫)를 돋을새김했으며, 이마와 눈두덩 사이에는 눈썹을 깊게 한 홈으로 초승달처럼 표현한 불두. 굳게 다문 두툼한 입, 그러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짖고 있던 이 불두는 태풍 사라호의 재앙이 이 땅에 내린 위안이었다고 할까?
1959년 9월17일 새벽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해 경상도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내고 이튿날 동해로 빠져나간 태풍 사라호가 이 땅에 내려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최대 중심 풍속 초속 85m, 평균 초속 45m, 최저 기압은 952hPa이었다는 이 태풍은 인명피해만 해도 사망과 실종 849명, 이재민 37만 3459명을 양산했으나, 남산 철와골이란 계곡에다가 거대한 불두 하나를 남겨 놓았다. 통일전 뒤쪽 철와골 계곡에 부처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시 경주박물관은 현장을 실사한 결과 이대로 방치할 수 없으며 박물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불두는 워낙 육중해 쉽사리 옮길 수도 없어 현장에 방치되다가 1965년 12월22일에야 군의 도움을 빌려 마침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불두는 육군 2군사령부 제1205부대 공병단 소속군인 20여 명과 견인차 도움으로 트럭에 오른 불두는 이렇게 해서 동부동에 있던 옛 경주박물관에 옮겨졌다.
이 불두는 애초에 야외에 전시돼 있다가 2002년 5월, 박물관 부속건물 중 하나로 미술관이 개관하자 그곳 1층 홀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불두는 4년만에 다시 야외로 '방출'돼 현재는 다른 통일신라시대 불교 관련 석조물들과 함께 야외에 안치됐다. 철와골 불두가 다시 야외로 나오게 된 까닭은 미술관 복도 실내 전시로는 제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미술관 벽면이 화강암을 응용한 색깔인데, 그런 곳에다가 같은 화강암 재질인 불두를 안치하니 유물 자체가 벽면 색깔에 묻혀버린 느낌이 있었다.
▲석조불두
▲석조불두
▲석조불두
▲석조불두
<2016.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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