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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기념비 - 서울 종묘 신로ㆍ어로

蔥叟 2013. 6. 4. 02:23

침묵의 기념비  - 서울 종묘 신로ㆍ어로

 

   신로神路는 종묘제례 의식을 위해 낸 것으로 신神만이 다니는 길을 말한다. 종묘에는 신로 외에도 신향로神香路, 향로香路, 어로御路, 세자로世子路 등이 있다. 종묘 외대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거칠고 넓적한 박석이 세가닥 깔려 있다. 그 가운데 길이 약간 높고 양 옆은 약간 낮다. 가운데 길은 혼령이 다니는 신로와 향, 축문, 폐백 등 제사 예물이 오가는 향로가 합쳐진 신향로이고, 오른족 길은 왕이 다니는 어로, 왼쪽 길은 왕세자가 다니는 세자로다. 신향로는 종묘 정전과 영녕전 남쪽에 난 대문에 이르러 묘정 상월대 아래에 닿기 때문에 이 남문을 신문神門이라 한다. 어로와 세자로는 재궁에 이르러 재궁 서문에서 정전 동문, 영녕전 동문으로 이어진다.

 

  판위版位는 왕과 세자가 제례를 할 때 잠시 멈추어 예를 가추는 자리다. 왕이 엄추어 서는 자리는 전하판위殿下版位, 세자의 자리는 세자판위世子版位라 한다. 판위는 종묘 정전과 영녕전 동문 밖, 그리고 묘정 동북쪽에 네모난 대臺모양으로 설치되어 있다.

 

   신로는 인간은 다닐 수 없고 혼령만이 드나드는 길이고, 어로는 임금과 세자가 이동하는 의례의 길이다. 신로는 전돌 두 개폭의 좁은 길이다. 신령은 전신만 있을 뿐 몸체가 없기 대문에 신로의 폭은 필요없고 방향만 지시되면 된다. 정전과 영녕전 마당의 중앙을 관통하여 각각의 신문으로 이어지는 외줄기 길이 신로다. 어로는 동문 만을 출입할 수 있게 설치돼 임금이라도 남쪽 신문을 지날 수가 없다.

 

   어로를 다라 걸어가면 제주인 임금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고, 그것이 종묘제례의 핵심적인 의례순서다. 종묘의 정문을 들어온 어로는 향대청과 망묘루 앞의 연못을 지나 우측으로 꺾여져 재궁 속으로 사라진다. 재궁은 목욕제계하고 제사 집전을 준비하는 곳이다. 다시 어로는 제궁의 서족문에서 시작하여 정전의 동문을 향한다. 제주들은 동문을 통해 들어가 제례를 지내고 다시 동문을 통해 빠져 나온다. 어로는 정전 남쪽 담장을 끼고 꺾여져 영녕전 영역으로 향한다. 다시 우측으로 꺾여 영녕전 동문을 향하게 된다. 정전에서와 유사한 정차의 제례를 지낸 임금은 제궁으로 돌아감으로써 제례를 마친다.

 

▲외대문에서 본 신로

 

▲외대문에서 본 신로

 

▲외대문에서 본 신로

 

▲정전 동문 앞 어ㆍ판위와 배위가 보인다

 

정전 동문 앞 어로

 

▲정전 신문 앞 신로

 

▲정전-영녕전 신로

 

▲정전 남문 앞 신로

 

▲정전 남문 앞 신로

 

▲신로

 

영녕전 신문 앞 신로

 

 

 

<2013.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