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화엄종찰 - 영주 북지리 비로자나불좌상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들를 곳이 한 곳 있다. 비록 부석사 부처님을 모신 곳은 아니지만 현재는 부석사 경내에 있으니 뵙고 가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의상대사를 모신 조사당을 나와서 자인당으로 향한다. 자인당은 부석사 답사의 마지막 코스이다. 자인당에는 3좌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가운데 불상은 항마촉지인의 석가모니불이며 나머지 두 불상은 비로자나불이다. 비로자나불좌상 2좌는 부석사 동쪽 폐사지에 있었던 것을 부석사 자인당에 옮겨 놓은 3좌의 석불좌상 중 양편에 모셔진 두 불상이다.
동편의 불상은 나선형 머리에 상투 모양의 형태가 불분명한데, 얼굴은 둥근 편으로 단정한 인상이다. 눈은 뚜렷하지 않지만 약간의 미소 흔적은 남아있다. 어깨가 너무 뒤로 젖혀지고, 가슴과 배가 편평하게 표현되었으며, 신체의 볼륨은 없는 편이다. 두 손은 없어졌던 것을 보수하여 놓았다. 서쪽의 불상은 동쪽 불상과 비슷하지만 신체가 좀 더 풍만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9세기 후반기에 유행하던 비로자나불상으로서, 당시 불교사상의 특징과 불상 양식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올라왔던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범종루에서 법고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둥둥둥 탁탁탁 뚜다다다닥 뚝딱딱' 저녁예불시간이다. 북소리를 통하여 속세의 모든 축생을 제도한다. 북소리가 널리 세간에 퍼지는 것을 불법이 널리 퍼지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어서 목어가 울린다. '뚜다다다닥 뚜다닥닥' 물고기 모양의 목어는 물고기가 언제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므로 그 모양을 나무에 조각하고 두드림으로써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를 경책했다고 한다. '땅땅땅 댕댕댕' 운판이 울린다. 운판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제도하고 허공을 헤매 떠도는 영혼을 천도한다. '둥- 둥- 둥-' 범종이 울린다. 지극한 도와 대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범종이다. 범종을 치는 본뜻은 지옥의 중생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도록 하는 동시에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우치게 하는데 있다고 한다. 사물이 울려 퍼지는 이곳이 또한 극락이 아니겠는가. 33번 울리는 범종 소리를 뒤로하고 순례자의 발걸음은 다시 속세로 향한다. 부석사에서 만난 극락은 범종소리 속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었다.
▲자인당 불상
▲비로자나불좌상
▲비로자나불좌상
▲여래좌상
▲비로자나불좌상
▲비로자나불좌상
<2012.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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