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블 가는 길 - 경주 감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감산사(甘山寺)의 감산은 우리말로 달뫼 즉 달산이라는 뜻이다. 삼국유사 감산사조(남월산조)에는 김지성(金志誠·金志全이라고도 한다)이란 인물이 성덕왕 때에 시중의 벼슬에 있으면서 감산장전(甘山莊田·농장)을 사찰로 바꾸면서 감산사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두구의 석불입상이 발견되었는데 두 불상 모두 광배의 뒷면 화광후기(火光後記·광배의 뒷면에 새겨진 기록)에 불상의 조성 배경과 조성연대가 새겨져 있어 당시의 사상과 불상조각의 편년에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감산사 대적광전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화광후기에 의하면 미륵상에는 「신라 성덕왕 18년(719) 중아찬 김지성이 죽은 아버지와 아내를 위하여 감산사를 조영하고 양불상을 만들었다」고 했으며, 아미타상에는 「죽은 아버지와 아내, 아우 그리고 죽은 사람들을 위해 감산장을 버리고 이 가람을 세웠다」는 내용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의 기록도 이 불상의 명문을 보고 썼던 것으로 여겨진다. 일제시대에는 이곳이 보리밭이었는데 삼층석탑만이 서 있었고 1915년에 총독부에서 이곳을 조사하여 두 불상이 논바닥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1916년 한일합방 5주년 기념행사로 열렸던 '조선물산공진회' 특설 미술관의 장식을 위해 감산사 두 불상과 남산의 냉골 약사여래좌상 등 세구의 불상이 총독부로 옮겨진 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그런데 여기서 이들 불상의 제작시기와 관련하여 특이한 점은 화광후기에 집사시랑(執事侍郞)이라는 벼슬이름이 나온다는 점이다. 집사시랑은 집사성(執事省)의 차관급 관리인데 집사성은 국가 기밀과 서정을 맡은 최고의 행정기관으로, 진덕여왕 5년 품주(稟主)를 개편한 것이며, 그 장(長)은 중시(中侍)이고 그 밑에 전대등(典大等) 2인을 두었다가 경덕왕 때(747년) 시랑(侍郞)으로 고쳤다. 따라서 집사시랑의 관직명은 김지성의 생존기간과는 맞지 않다. 따라서 불상의 조성시기와 관련하여 김지성이 719년 불상을 조성하고 30여년 뒤(749년 이후)에 화광후기를 기록했거나 김지성이 불상을 조성하기 시작한 얼마 후 돌아가고 749년 이후에 아미타상이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불상 양식으로 보아도 719년경의 미륵상 보다 얼마간 시대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불상의 양식은 석굴암 불상보다 조금 앞서는 직전의 양식임에는 틀림없다.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감산사에는 결국 미륵보살을 주불로 금당에 모셔졌으며 강당에는 아미타불이 봉안되는 등 한 개의 절에 두 분의 부처님이 동시에 모셔지는 이른바 법상종(法相宗) 사찰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불상의 대좌는 팔각형의 하대석에 안상문이 새겨져 있으며 하대석 윗부분에는 복판의 복련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다시 상대석에 앙련이 조각되어 있어 장항리 절터 불상 대좌의 선행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아미타불과 미륵보살상 모두 U자형의 옷주름이 두 다리에 새겨진 이른바 우드야나(Udyana)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번파식(飜派式)이라고 하는 기법으로 용장사 마애불이나 굴불사 사면불의 남면 불상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양산의 미타암 아미타불은 이 불상과 복사판이라 할만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상호
▲지권인
현재 대적광전에 봉안된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머리부분과 앞면은 훼손이 심하고 광배와 대좌는 없어졌다. 양쪽 다리는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지권인을 결하고 있으며, 넓고 건실하게 조각된 무릎과 더불어 어깨선도 각이 진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석불의 뒷면 왼쪽과 앞면 중앙하부의 띠 매듭과 뚜렷한 옷주름은 경주 남산 용장사터 삼륜대좌불, 남산 삼릉계석조여래좌상과 더불어 통일신라시대 석조 불상의 옷 주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석불은 얼굴이 파손되어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불신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건장한 풍모로 미루어보아 우리나라 비로자나불상 중 초기에 조성되었던 작품으로 짐작된다.
<201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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