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블 가는 길 - 경주 감산사 삼층석탑
감산사 뜰에는 2층과 3층의 몸돌이 없어진 석탑 한기가 외롭게 절터를 지키고 있는데 그 이미지가 마동삼층석탑과 흡사한 모습이다. 다만 규모는 조금 작아져서 하층기단의 탱주는 두개이고 상층기단의 그것은 하나로 줄어들어서 절이 창건된 후 약 1∼2세기 뒤에 건립된 것으로 보인다. 신라 말기에 석가탑의 양식을 그대로 계승한 탑으로 전혀 장식을 가하지 않은 건강하고 말쑥한 탑이다. 신라 하대에는 탑에 여러 가지 부조 장식을 새기는 양식의 탑이 유행하는데 이는 정신적으로 건강성을 잃어가면서 번잡하면서 세속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현준 선생은 9세기 이후 선종의 대두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어떠한 형태나 문자도 존중하지 않는다는 선사상이 크게 대두되고 있었던 시기인데도 탑에는 오히려 연화대가 등장하고 석탑을 장엄한 여러 가지 부조상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연화대좌가 없으면, 사천왕 등의 신중상이 없으면 불탑은 신앙의 표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인가? 그 탑은 이미 불멸의 몸이 깃든 집이 아니라는 말인가? 아니다.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나약일 것이다. 믿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 믿음이 굳건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슬픈 표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절에는 십이지 도무상(跳舞像)이 새겨진 석탑의 기단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자리를 떠나 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 앞의 정원에 전시되어 있다. 불상마저 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상황이라 이리 빼앗기고 저리 빼앗겨 만신창이의 절터를 바라보는 심정이 불편함은 나만의 느낌일까? 어쨌든 감산사는 불교미술사적으로 특히 불상양식의 변천상을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절이며 9세기까지 불교조각에 영향을 미친 절이었다.
▲삼층석탑
▲삼층석탑
▲삼층석탑
▲삼층석탑
▲삼층석탑
▲탑신부
▲기단부
▲석등연화대석
<201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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