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낙서문화권

김천 갈항사탑 출토 백지묵서준제진언(白紙墨書准堤眞言)

蔥叟 2007. 1. 13. 10:20

김천 갈항사탑 출토 백지묵서준제진언(白紙墨書准堤眞言)

<국립대구박물관, 복제품>

 

   닥종이에 가는 붓으로 3개의 동그라미를 잇대어 그린 다음, 그 안에 산스크리트글자(범자, 梵字)로 원래 26자의 진언(眞言, 다라니의 종류)을 썼으나 지금은 24자 정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진언을 외우면 과거의 죄업(罪業)이 사라지고 항상 부처님을 만날 수 있으며, 이 세상에서는 복을 받고 살다가 죽어서는 극락세계로 간다고 한다. 갈항사 동서삼층석탑과 함께 758년에 제작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범자다라니(梵字他羅尼)이다.

 

*백지묵서준제진언(白紙墨書准堤眞言, 복제품)

 

 

   진언(眞言)이란 힌두교와 불교에서 신비하고 영적인 능력을 가진다고 생각되는 신성한 말을 이름이다. 진언은 다라니의 일종인데 다라니는 긴 경전에 실려 있는 근본적인 원리를 짧게 요약한 것으로서 원래의 경전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며, 주문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 형식상의 유사함 때문에 주문까지도 다라니로 통칭되었으며, 길이에 따라 짧은 것은 진언(眞言) 또는 주(呪)라 하고, 긴 것을 다라니 또는 대주(大呪)라 하였다. 
 
   큰 소리로 또는 마음속으로만 부르면서 일정시간 계속 반복하기도 하고 한번에 끝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진언은 말 자체에는 의미가 없으나 심오한 의미가 내재한다고 생각되며 영적인 지혜의 정수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특정 주문을 반복 암송하거나 명상한다면 탈아의 경지로 들어가게 되며 높은 차원의 정신적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정신적 깨달음 외에도 심리적이거나 영적인 목적, 예를 들어 사악한 영들의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여러 종류의 진언을 사용한다. 다라니를 제대로 암송하면 경전 전체를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가져다준다고 하며, 이러한 점 때문에 다라니를 암송함으로써 공덕을 얻고자 하는 신앙형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초심자가 들으면 마치 의미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칠 때에는 다라니의 정확한 의미를 주의깊게 전달한다. 불경을 한역(漢譯)할 경우에 다라니는 의역하지 않고 음역(音譯)만 했는데, 그 비밀스러움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가장 강력하면서 널리 쓰이는 진언은 성스러운 음절인 '옴'(om)이다. 불교에서 중요한 진언은 '옴 마니 반메 훔'(om mai padme h)이다. 진언은 인도 종교의식과 가정 예식에서 여전히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힌두교의 많은 종파 입문식에서 구루(정신적 스승)는 입문자의 귀에 비밀스러운 진언을 속삭여준다. 진언은 구루나 그밖의 영적인 스승에게서 구두로 전해받았을 때만 진정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a-u-m의 3가지 소리로 이루어진(산스크리트에서 모음 a와 u는 합쳐져서 o가 됨) '옴'이라는 음절은 하늘·땅·대기의 삼계(三界), 힌두의 삼신(三神)인 브라마·비슈누·시바, 베다 삼전(三典)인 리그·야주르·사마 등 3가지 중요한 것들을 의미한다. 이같이 '옴'에는 전우주의 정수(精髓)를 신비롭게 구현하고 있다. 힌두인들은 기도·찬송·명상할 때 시작과 끝에서 이 음절을 외며 불교도나 자이나교도들도 의례에서 이것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6세기부터 이 소리를 상징한 문자가 필사본이나 비문의 첫머리를 장식하게 되었다.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문헌인 우파니샤드에 이 음절에 관한 내용이 있으며, 만두키아(Mndkya) 우파니샤드에서는 거의 전적으로 이 주제만을 다루고 있다. 이것은 요가 수행에서도 이용되고 있으며 청각 명상법과 관계가 깊다. 푸라나에서 보면 이 음절은 종파마다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시바파에서 시바를 상징하는 링가(linga)를 의미하며, 반면에 비슈누파는 이 음절의 3가지 소리가 비슈누 신과 그의 아내 슈리, 그리고 신도들로 이루어지는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7.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