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서라벌문화권

경주 오류리 등나무

蔥叟 2006. 11. 16. 08:19

경주 오류리 등나무

 

*오류리 등나무

 

   신라시대 서라벌 점량부의 냇가에 한 농부가 있었다. 그 착한 부부에게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는데 언니의 이름은 홍화였고 동생의 이름은 청화였다. 청화는 그림자처럼 홍화를 따라 다니며 지내 두 자매의 정은 극진하였다. 두 자매가 18세, 16세가 되었을 때 무슨 일이나 비밀 없이 서로의 일을 다 알고 있었지만 누구하고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연인에 대한 일만은 서로 몰래 숨기고 있었다.

 

   신라인들은 정월 대보름과 가을 팔월 한가위를 맞이하면 갖가지 행사를 즐겼다. 남자들은 씨름, 활쏘기, 말달리기, 줄다리기 등 힘찬 경기를 하고 여자들은 그네뛰기, 술레돌기, 베짜기 등의 놀이를 즐겼는데 이러 때면 처녀와 총각들이 서로 놀이를 하며 도한 응원하기도 했다.

 

   두 소녀는 지난해 추석날 말달리는 경기장으로 구경갔다가 믿음지스럽고 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젊은 낭도의 모습을 보고 같이 사모하게 되었다. 두 처녀의 가슴 속에 그 늠름한 낭도의 모습이 똑같이 사랑으로 싹트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청화는 청화대로 홍화는 홍화대로 그 청년의 마음 속을 모르는체 그리움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오류리 등나무

 

  

   삼국시대 말경 국경에는 싸움이 없는 날이 없었다. 북에는 고구려, 서에는 백제가 침입해 오고 때로는 일본해적들이 노략질하니 신라 청년들은 전투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큰 전쟁이 일어났다. 서라벌 청년들은 일제히 전장으로 나가는 길 양옆으로 전송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서러워하는 연인들로 차 있었다. 혹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연인을 위하여 홍화와 청화는 꽃다발을 들고 나왔다.

 

   "언니도 애인이 있었어요?" , "너도 애인이 있었니?" 하고 서로 물었다.

 

   홍화와 청화가 기다리던 그 청년이 꿈에도 잊지 못하던 미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두 개의 꽃다발을 받아 말안장에 얹고 미소를 지우며 자매에게 답례를 하고 떠나갔다.

 

   그러나 자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이 기구한 운명을 어떻게 해치고 나갈까 고민을 했다.

 

   "언니 이제부터 저는 그 사람을 잊겠습니다." "아냐 내가 잊어야지"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어느날 낭도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여왔다. 청화와 홍화는 남의 눈을 피해 둘이서 언제나 똑같이 놀던 연못가에서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며 울었다. 그리고 둘은 꼭 껴안은 채 연못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 후 연못가에는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낭도는 훌륭한 화랑이 되어 돌아와서 세상을 등진 자매의 애달픈 사연을 듣고 자신도 연못에 몸을 던지니 팽나무가 되었다.

 

*오류리 등나무

 

   이와 같은 전설을 지닌 이 노거수는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 89호로 지정이 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에 옛날에는 연못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으며 논과 밭으로 되어 있고 바로 옆에 실개천이 있어 물이 흐르고 있다. 네 그루의 등나무는 각각 두그루씩 가까이 서서 팽나무와 함께 엉켜져 있다. 이 등나무의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이 나무에 얽힌 전설과는 시기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이곳에 전해지는 전설로는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옛날 신라때에는 이곳이 용림(龍林)이었다고 한다. 또한 숲이 우거지고 등나무가 서있는 곳에는 깊은 연못이 있었다고 한다. 이 곳 용림은 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사냥을 즐기시던 곳이었다고 한다. 혹자는 이 등나무를 용등(龍藤)이라고도 한는데 이것은 꾸불꾸불한 줄기의 형태에서 유래가 되었거나 용림에서 자라는 등나무라는 뜻인듯 하기도 하다. 이 나무의 꽃을 말려서 진홍 금침에 넣어 주면 부부의 애정이 좋아진다고 하고 또 부부의 사이가 벌어진 사람들은 이 나무의 잎을 삶은 물을 마시면 두 사람의 사랑이 회복된다고 하여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어린 등나무

 

 

 

<200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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