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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소백산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蔥叟 2017. 9. 15. 07:21

예천 소백산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회전식 경장(經藏)으로, ‘전륜장(轉輪藏)’이라고도 불린다. 보광명전 왼쪽의 대장전(大藏殿)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불단(佛壇)을 중심으로 좌우 양쪽에 대칭하여 각각 1기씩 놓여 있다. 곧 불단 앞의 좌우 마룻바닥을 단면 8각으로 뚫고 회전축을 세운 뒤, 지도리를 놓아 경장을 받치고 회전축을 천장에 고정시켰다. 경장은 단면이 8각으로, 치밀하면서도 정교하게 짠 공포(栱包)를 놓고서 겹처마의 팔작지붕을 올린 다포(多包)계 건물의 모습이다. 곧 각 면에는 문이 하나씩 달려 있어, 마치 8각의 목조건물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회전이 잘 될 수 있도록 팽이 모양으로 뾰족하게 만든 아랫부분은 기둥과 상인방(上引枋), 창방(昌枋) 사이에 돌려 붙인 연이은 덩굴무늬의 파련각(波蓮刻) 장식인 낙양처럼 조각하였고, 한쪽 모서리에는 길다란 손잡이를 두어 경장을 돌릴 수 있도록 하였다. 손잡이의 윗부분에는 각 면마다 난간과 함께 문짝을 달았다. 난간은 24개의 연잎[荷葉]으로 꾸며져 있고, 각 면의 문짝에는 작은 자물쇠 고리가 달려 있다. 특히 8면의 문짝은 좌우로 무늬가 다른데, 한쪽의 4개 문짝은 아름다운 꽃무늬 창살로 장식된 반면, 다른 한쪽의 4개 문짝에는 빗살무늬 창살이 면을 도려낸 투조(透彫) 기법으로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문짝을 열면, 각 면마다 서가(書架)와 같은 단을 두어 경전을 넣고 꺼내볼 수 있게 하였다.

 

윤장대는 대장전이나 장경각(藏經閣)처럼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곳이지만,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인 불교 공예품이기도 하다. 현재 기록이나 파손된 몇몇의 사례를 찾아 볼 수는 있지만, 특이한 모습을 갖추고서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용문사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용문사중수비(龍門寺重修碑)에는 1173(명종 3)에 자엄대사(資嚴大師)가 대장전과 윤장대를 건립하였다고 하였지만, 사적기(事蹟記)에는 1670(현종 11)에 고쳐 수리하였다고 하였으므로, 윤장대는 1670년쯤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장대의 구조를 살펴보면 마루 밑에 회전축의 기초를 놓고 윤장대를 올려놓았으며, 지붕 끝을 건물 천장에 연결하여 회전시 넘어지지 않게 하였다. 불단(佛壇)을 중심으로 좌우에 1기씩 놓여있는데 화려한 팔각정자 형태이다. 아래부분은 팽이모양으로 뾰족하게 깎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였고, 난간을 두른 받침을 올린 후 팔각의 집모양을 얹었다. 팔각의 집모양에는 모서리에 기둥을 세우고 각 면마다 1개씩 총 8개의 문을 달았다. 문은 좌우로 구분되어 4개의 문에는 꽃무늬 창살이 다른 4개의 문에는 빗살무늬 창살이 정교하게 꾸며져 있다. 문을 열면 8면에 서가처럼 단이 만들어져 경전을 꺼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륜장의 준말인 윤장은 8개의 문을 열어놓고 모든 경전을 올려놓은 상태로 부착된 손잡이를 돌려가면서 염송하는데 이를 위하여 만든 것이 윤장대이며 윤장을 한번 하는 행위는 경전을 한번 강독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굴러가는 수레바퀴를 뜻하는 '전륜(轉輪)' 이라는 말에서 전륜장의 용도가 드러나 있다. 불가에선 붓다의 가르침을 흔히 법륜(法輪)이라 하여 수레바퀴에 비교한다. 수레바퀴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굴러가듯이 부처님의 가르침 역시 특정인물이나 장소에 머물지 않고 모든 곳에서 모든 중생을 교화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전을 '돌리는' 신앙의 근거는 <경륜이익십만공덕경> <마니전집>등 여러 불교경전에서도 발견된다.

 

티베트 '마니차' 역시 그런 전륜의식과 일맥상통하는 도구 중 하나이다. 마니차는 어려운 문자를 읽을 수 없는 티벳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경전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경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으로 마니차가 돌아가면서 일으키는 바람소리만 잘 들어도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출발지는 달랐지만 그 목표는 같았던 마니차와 윤장대. 이 도구들은 모두 불심은 깊지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진리의 기도 바퀴였던 것이다.

 

▲윤장대

 

▲윤장대 공포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윤장대 꽃창살

 

▲윤장대 창살

 

▲윤장대

 

 

 

<2017.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