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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백제를 찾아서 - 공주 정지산 백제유적

蔥叟 2015. 5. 31. 08:01

웅진백제를 찾아서 - 공주 정지산 유적

 

무령왕릉 지석에 보이는 붕어 날짜와 매장 날짜에서 보듯이 무령왕이 붕어하였을 때 그의 시신은 3년 상(27개월)의 예()로 장례를 치뤘는데, 중국 한대(漢代)에서부터 전해져 변형되어 온 이 예법은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23개월 동안 모셔서 때마다 제사를 지낸 다음에 매장하는 방식이다. 정지산(艇止山) 유적지는 바로 무령왕의 시신을 그 23개월 동안 가매장하고 제사를 지낸 장소일 가능성이 있는데, 구중회(2011)는 무령왕릉 지석 뒷면의 간지도(干支圖)를 ‘풍수지리 그림’으로 판단하여 이를 설명하고 있다.

 

간지에 따라 배치된 방향으로 보면 가매장지는 ‘유지(酉地), 매장지의 입구는 ‘신지(申地)’라고 하는데 보통 유지는 사자(死者)에게 ‘이로운 방향의 길’인 정서(正西) 방향, 신지는 ‘그 길로 가는 입구’로서 서북쪽 방향으로 배치된다. 그런데 정지산 유적지의 경우 왕궁 추정지의 서쪽 방향이지만, 무령왕릉 입구의 경우는 서남쪽 방향이라는 것이다. 무령왕릉의 입구를 궁궐의 서북쪽으로 판단하면 왕궁 추정지가 강 건너 모래밭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지산(艇止山)이라는 명칭은 ‘작은 배가 멈춰서 있는 모습’인 낮은 산의 형상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송산리 고분군에서 도보로 연결되어 있고 백마강과 주변 지역 및 공산성까지 훤히 바라다 보이는 이 나지막한 산의 이름은 백제의 해양 국가적 성격을 떠올리면 묘한 느낌을 준다.

 

1996년 연꽃수막새 등 국가적 주요 건물의 징표와 장고형 그릇받침 등이 출토된 정지산 유적지에는 몇 개의 건물 터가 남아있는데, 안내판들의 설명을 보면 기와건물 한 채와 대벽건물 세 채가 있었고 기와건물은 시신의 보관 장소로, 대벽건물은 시신 보존용 얼음 보관 등의 용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특히 건물터들에는 영구적인 건물 사용을 의도하는 초석이 없어 무령왕의 장례와 제사를 위한 임시 목적의 건물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궁궐의 정서 방향이라는 점에서 정지산 유적지는 무령왕 이전에도 중요한 상례(喪禮)와 관련된 제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만 한성 백제의 국가 제사지로 알려진 하남 검단산의 경우, 왕성을 풍납토성 및 몽촌토성으로 판단하든지 또는 하남 춘궁동으로 판단하든지 서쪽이 아닌 동쪽 방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지산 유적지에 대해 다른 추정과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기와건물지는 정지산 유적에서 가장 중심을 이루는 건물지로 추정된다. 사방을 L자 형태로 깎아낸 다음 그 돌출된 공간에 조성하였는데, 규모는 길이 8m, 너비 6.4m이다. 건물은 3열 기둥으로 이루어졌으며, 건물지 주변에서 와당과 기와가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이 건물지는 상부에 기와를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지는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기둥이 많고 일반 건물과 달리 기둥을 받쳐주는 적심석과 추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구조적 특성으로 볼 때 사용공간은 지상에 떠 있으며,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무령왕비의 시신을 보관하였던 빈전으로 추정된다.

 

대벽 건물지는 먼저 네 벽이 들어갈 곳에 사각형 모양으로 땅을 파고 큰 기둥이 위치할 곳을 재차 파서 기둥을 세운 후, 그 사이에 작은 기둥을 촘촘히 박아 벽체를 만든 건물을 말한다. 1호 대벽건물지는 3호 대벽건물지와 함께 바로 앞의 기와 건물지와 같은 방향을 하고 있으며, 品자 형태의 건물 배치를 보이고 있어 기와 건물지의 부속건물로 추정된다. 2호대벽건물지는 앞의 1호, 3호 대벽건물지와는 목책으로 구획되어 있다. 또한 1호, 3호 건물지가 기와건물지와 방향이 같은데 비해 2호 건물지는 방향도 다르고 규모도 조금 작다. 그런 점에서 2호 건물지는 다른 용도의 건물로 추정된다. 3호 대벽건물지는 모서리 주변에서 큰 기둥이 확인되나 내부 기둥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3호 대벽건물지 역시 1호 대벽건물지와 함께 기와건물지와 같은 방향을 하고 있으며 品자 형태의 건물배치를 보이고 있어 기와건물지의 부속건물로 추정된다.

 

▲정지산유적

 

▲정지산유적

 

▲정지산유적

 

▲기와건물지

 

▲기와건물지

 

▲3호 대벽건물지

 

▲3호 대벽건물지

 

▲1호 대벽건물지

 

▲1호 대벽건물지

 

▲2호 대벽건물지

 

▲2호 대벽건물지

 

 

 

<201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