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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산문의 원향 -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

蔥叟 2014. 12. 24. 07:17

사자산문의 원향 -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

 

국보 57호로 지정된 쌍봉사철감선사탑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함이 없이 정교하게 당시에 만들어진 승탑 중에서 가장 빼어난 승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높이 2.3m의 이 탑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다른 승탑과 마찬가지 양식인 팔각원당형이지만, 다른 승탑에 비해 각 부분의 세부 조각이 빼어나며 표현도 아름다울 뿐만아니라, 부분 부분의 가구(架構) 수법이 목조 건축의 양식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 한층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승탑의 건립연대는 정확히 알려지고 있지는 않으나, 철감선사가 868년에 입적하였으므로 그즈음을 건립연대로 보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 승탑은 맨위에 머리장식(상륜부)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기는 하나, 그외에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기단은 하대(下臺, 밑돌), 중대(中臺, 가운데돌), 상대(上臺, 윗돌)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하대와 상대의 조각이 매우 화려하다. 2단으로 꾸며진 하대는, 아랫단은 원형의 평면을 보이며, 옆면에는 두루마리 구름무늬(卷雲紋)를 가득 조각하였는데, 특히 윗부분에는 원각(圓刻)에 가깝게 조각하였다. 구름무늬 사이에는 용 두 마리가 표현되어, 정면에서 두 마리의 용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이다. 가운데에는 발로 여의주를 받고 있으며, 아래 부분을 자세히 보면, 구름무늬 사이로 꿈틀대는 용의 형태가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대의 윗단에는 여덟 귀퉁이에 연잎으로 날개형 기둥을 세우고, 면마다 안상(眼象)을 꾸몄는데, 그 안에 각각 사자 한 마리씩을 돋을새김 하였다. 8면의 사자들은 앞다리를 들고 있기도 하고, 구부린 채 앉아 있기도 하는 등,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시선만은 바로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 그 연유가 무엇인지 흥미롭다. 아래에 사자 여덟 마리의 모습을 모두 실었으므로 자세히 살펴보면, 얼마나 조각이 빼어났는지 실감하실 것이다중대 또한 팔각으로, 옆면에는 여덟 귀퉁이에 아래 위로 펼쳐진 연잎으로 기둥을 세우고, 각 면마다 안상을 꾸민 다음, 그 가운데에는 얼굴이 매우 큰 가릉빈가를 새겼다. 중대 맨 윗단에는 낮은 팔각 3단 받침을 두어 상대를 받치고 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부분에 사람의 얼굴 형태를 볼 수 있다. 가릉빈가는 상상의 극락조로,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상대는 연화대(蓮花臺)와 팔각의 높은 탑신 굄대로 이루어져 있다. 연화대는 원형으로 옆면에 16잎의 올려다 보는 연꽃잎(仰蓮)을 표현하였는데, 연꽃잎의 중앙에는 화려한 꽃무늬를 새겨두었다. 탑신 괴임대의 여덟 귀퉁이에는 상다리 모양의 동자주(童子柱, 세로로 세우는 짧은 기둥)를 새기고, 그 안에 안상을 하나씩 깊게 오목새김을 하였으며, 안상 안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가릉빈가를 하나씩 돋을새김 하였는데, 모습은 모두 다르게 표현하였다. 사리가 모셔져 있는 팔각 탑신의 여덟 귀퉁이에는 두리기둥을 세웠는데, 배흘림이 완연하다. 기둥 위에는 기둥머리(柱頭)가 표현되어 있고, 두리기둥 사이에는 창방이 가로 놓여 있으며, 창방 중앙에는 역시 접시받침(굽받침)이 놓여 있어, 목조 건축의 가구를 모방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더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탑신의 앞과 뒷면에는 문비(門扉)가 새겨져 있고, 그 안에는 자물통도 새겨져 있다. 다른 네 면에는 사천왕상이, 다른 두 면에는 공양 비천상이, 각각 원각에 가깝도록 조각되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지붕돌 역시 팔각으로 낙수면이얇고 평편하며, 각각의 우동(隅棟, 지붕돌의 귀마루)이 굵직하면서도 유려하게 흘러 내렸고, 기왓골이 표시되었다. 한편 기와 끝에는 암막새와 수막새의 막새기와를 나타내었는데, 특히 수막새 기와에는 실제 건물의 기와처럼, 8잎의 연꽃무늬를 새겨 사실적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그리고 특히 주목해서 살펴 볼 부분은 지붕돌의 밑면이다. 이곳에는 비천상이 넷, 향로가 둘, 꽃무늬가 두 군데에 조각 장식되어 있다. 아울러 서까래와 부연이 표시되어 겹처마를 이루고 있어, 사실적 표현을 하려고 애썼음이 여러모로 눈에 띄고 있다. 지붕돌 밑면의 비천상. 이 승탑이 천상의 세계임을 암시하고 있다. 조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당시 장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착각이 일어난다. 불교를 함께 받아들인 중국과 일본 어느 곳에도 이처럼 빼어난 승탑은 없다. 오로지 이 땅에만 있을 뿐이다.

 

석조 승탑의 기본적인 구조는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로 결구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된 석조 승탑의 각 표면에는 각종 장식과 장엄, 부조상 등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석조 승탑의 표면을 장엄하게 꾸미게 된 것은, 승탑이 입적한 고승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봉안처로서 석조 승탑 자체에 어떤 상징성을 표현하려는 측면도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불교 조형물에서 구름과 용을 뒤섞어 장엄한 것을 운룡문(雲龍紋)이라 하는데, 각각 별도로 장엄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름속에 용이 뒤엉켜있는 문양으로 표현된다. 특히 석조 승탑에서는 기단부 하대석에 사자상과 함께 나타나거나 상하가 바뀌어 나타난다. 우리나라 석조 승탑에서 운룡문은 쌍봉사 철감선사 징소탑에서 처음으로 장엄되기 시작하였다. 즉 철감선사 징소탑의 2단으로 된 하대석의 아래단에 운룡문을 조각하였는데, 3마리의 용이 구름과 함께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운룡문은 쌍봉사 철감선사 징소탑을 시원으로 하여 봉암사 지증대사 적도탑, 선림원 홍각선사탑, 연곡사 동부도, 실상사 수철화상 능가보월탑 등에서와 같이 하대석이나 중대석에 입체적으로 조각되었다. 이처럼 불교 조형물에 구름무늬를 배치한 것은 조형물 자체가 천상에 있다는 의미와 함께 부처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천상의 세계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구름 위에 있는 세계는 불가의 세계이며, 이상적인 세계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한편 용()은 불교 조형물에서 폭넓게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특히 부처의 설법을 수호하는 호법자로 등장하여 불법을 수호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표현되었다. 또한 스님들이 입적한 뒤 성불을 기원하고 극락세계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를 의미하기도 하며, 그 종파의 권위와 고승에 대한 존엄과 존경의 의미로 장식되었다. 이처럼 용은 넓게는 불법수호의 의미와 좁게는 사리수호의 의미를 갖고 었었다.

   

신라시대 석조 승탑에서 가릉빈가는 철감선사 징소탑에서 장엄되기 시작하여,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과 연곡사 동부도 등의 기단부에 나타나고 있다. 불경에서 가릉빈가는 극락정토를 장엄하는 상상의 새로 항상 주악하는 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가릉빈가상을 석조 승탑의 표면에 장엄하는 것은 석조 승탑 자체가 극락세계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8각으로 구성된 탑신석의 각 면을 우주와 상하에 인방을 가로질러 사각형으로 나누었다. 남북면의 2면에는 문비를, 동서면의 2면에는 공양비천상을 표현하였으며 나머지 4면에는 사천왕상을 표현하였다. 사천왕상은 갑옷과 투구를 쓰고 있으며 두광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방위에 따라 각기 다른 지물을 지니고 있다. 문비의 좌우에 사천왕상이 조각되는 것은 수미단의 사방이나 불전의 사방을 지키는 방위신인 사천왕상이 석조 승탑에서는 승사리수호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감선사탑

 

▲철감선사탑

 

▲철감선사탑

 

▲철감선사탑

 

▲철감선사탑

 

▲철감선사탑

 

▲철감선사탑

 

▲사천왕상

 

▲비천상

 

▲사천왕상

 

▲문비

 

▲사천왕상

 

▲비천상

 

▲사천왕상

 

▲문비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비천상

 

▲지붕돌 막새기와

 

▲하대석

 

 

 

<2014.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