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의 백제문화 - 일본 교토 코류지 목조미륵반가사유상
코류지를 찾는 것은 바로 목조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함이다. 고류지(廣隆寺)의 미륵보살반가사유상(彌勒菩薩半跏思惟像)은 삼국 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도와 연결되어 미륵신앙이 성행한 신라의 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 형태나 작품으로 보아 신라의 반가사유상(경주 五陵 부근 출토품인 국보 83호)과 비슷한데, 이곳 사전(寺傳)에는 한반도에서 도래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한다. 이 기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가 근년에 이 사유상의 재료가 적송(赤松)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스카(6~7세기)와 핫코오(7세기 중엽~말기)의 목상은 모두 녹나무를 사용했는데 이 사유상만이 유일하게 적송인 것이다. 적송은 한반도의 춘양, 부안 등에서만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에 신라에서 건너온 것이 밝혀진 셈이다.
▲목조미륵반가사유상
영보전(靈寶殿) 안으로 들어가면 사바세계와는 전혀 다른 시공이다. 고요하고 은은한, 그러면서도 신선한 공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영겁(永劫)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흙빛이 도는, 결코 밝지 않은 분위기는 세진(世塵)을 채 떨구지 못하고 들어온 중생의 몸뚱이를 자비로 감싸준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은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한 손을 들어 슬쩍 얼굴을 받치며 웃음을 띠고 있다. 미(美)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며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인지 알려준다.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서의 움직임이 얼마나 성스럽고 힘찬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인간은 자신 속에 무한한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구현할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해준다. 인간 속에 있는 모든 가능성을 하나로 조화시켜 빚어내는 저 아름다움. 종교란 미의 극치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 사유상을 가리켜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조미륵반가사유상
고류지의 반가사유상과 신라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하지만 풍기는 멋이나 형태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용한 재료에 따라 표현 양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금동상은 주조한 것이고, 목조는 마음대로 깎고 다듬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곳 고류지의 보살은 적송에다가 칠박(漆箔)을 덧붙인 것으로, 흙빛 나는 몸은 퇴색한 금빛보다 친근감이 들고 정이 흐르는 성스러움이 있다. 콧마루는 금동상이 중간에서 약간 솟아오르면서 활 같은 곡선을 이루는 데 반해, 목조는 곧게 뻗어 내렸다. 입술이 얇고 활처럼 굽으면서 위로 향하는 느낌을 주는 금동상에 비해, 목조는 도톰하고 약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또 얼굴은 전체적으로 금동상의 외형이 섬세한 느낌을 주는 반면, 목조는 곡선형으로 비교적 풍만하고 원만한 느낌을 준다. 목조는 턱도 역시 넉넉하게 여유가 있으며 볼은 자세히 보면 나뭇결이 드러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전체적으로 리듬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 외 손가락의 모양이나 손목의 굽은 정도, 목의 삼도(三道)나 하반신에 걸친 천의(天衣)의 주름 등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갖고 있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무수한 찬사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것은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1945년, 일본에 와서 이 불상을 보고 쓴 <패전(敗戰)의 피안(彼岸)에 남긴 것들>에 실려 있는 글이다. "나는 지금까지 철학자로서 인간 존재의 최고로 완성된 모습을 표현한 여러 형태의 신상(神像)들을 보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조각들에는 어딘지 인간적인 감정의 자취가 남아있어 절대자만이 보여주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미륵상에서 인간 존재의 가장 정화되고, 가장 원만하고, 가장 영원한 모습을 보고 있다. 나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보습을 본 적은 없었다."
<2012.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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