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블 가는 길 - 경주 원원사터 동승탑군

셔블 가는 길 - 경주 원원사터 동승탑군

 

   원원사터에서 동북쪽으로 계류를 따라 300여m 오르면 3기의 승탑이 있다. 모두 조선시대 승탑으로 그 모습이 꽤나 우렁차 보인다. 이곳의 승탑들은 원원사터 서승탑에서 변화하여 간략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경주 지역에서는 승탑을 보기가 어렵다. 기림사 입구 주차장에 한기가 있고 안강 정혜사터에서 하천 건너편, 천룡사 못뚝 주변, 그리고 불국사의 광학승탑이 거의 전부이다. 이곳에 승탑이 있다는 것은 그 당시까지 큰절이 있었다는 상징적인 증거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신라시대의 조각을 편년할 때에 보통 100년 단위로 구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선시대 조각은 편년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원원사터 승탑 역시 편년을 하기는 어렵지만 조선시대의 부도임에는 틀림이 없고 따라서 원원사가 조선시대까지 큰절이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승탑군

  

   이곳에 있는 승탑은 이른바 석종형 승탑이라고 하는 것이데 그 모양이 돌로 만든 범종과 같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석종형 승탑은 주로 조선시대에 유행한 승탑으로서 여주 신륵사의 나옹선사 승탑이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나옹선사 승탑 이후로 조선시대의 모든 승탑은 종형으로 만들어지는데 그것은 통일신라시대와 같은 팔각원당형의 화려한 승탑을 제작할 수 있는 조각 기술의 퇴보와 함께 그러한 대형의 승탑을 만들 수 있는 사원의 경제력이 그만큼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현재 울산의 태화사지 십이지 승탑도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려시대 또는 조선시대의 것일 가능성도 높다.

 

▲석종형승탑

 

   가장 동쪽의 승탑은 서승탑에서 기단부의 형태가 간략화 되고 탑신부의 장식이 변화된 형식이다. 4매의 판석으로 결구된 장대석으로 지대석을 삼고 있는데, 한변의 길이는 약 2m 이다. 하대석은 앙련과 하대석 받침이 한돌로 되어 있고 네 모서리의 귀를 죽여 8각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하대석 중앙에는 원형 촘을 돌출시키고 12엽의 복련을 조각하고 있다. 앙련은 측면에 8엽의 연꽃을 조각하고 윗 부분에는 17엽의 소형 연꽃을 조각하여 탑신을 받치고 있다. 탑신부는 최대경이 중앙부에 있는 종형으로 하대에는 돌대를 마련하고 당초문대를 조각하였으며 상대에는 13엽의 연꽃을 조각하고 있다. 상륜은 반구형 보주로 장식하였다. 전체 높이는 233cm이다.

 

▲석종형승탑

 

   중앙의 승탑은 넓직한 자연 암석을 대충 다듬어 하대석과 지대석으로 삼았다. 중앙부에 원형 돌대를 두고 복련을 생략한 채 부정형의 8엽 복련을 두고 있다. 탑신부는 종형이나 상부가 편평하여 고복형에 가까우며 외부에 문양을 새기지 않았다. 탑신의 상부에는 깊이가 거의 없는 직경 44.5cm의 비교적 큰 원형 홈이 마련되어 있는데, 별도로 상륜을 만들어 올려둔 것으로 여겨진다. 상대석 부터의 높이는 141cm, 지대석의 높이는 33cm이다.

 

   가장 서쪽의 승탑은 원원사터에 남아있는 4기의 승탑 가운데 가장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일체의 문양을 생략하고 있으며 동쪽의 두 승탑에서 간략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하대석은 거의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이용하였고 그 위로 연꽃을 새기지 않은상대석을 두었다. 탑신부는 전형적인 종형이며 상륜은 낮은 보주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상대석부터의 높이는 155cm, 지대석의 높이는 39cm 이다. 

 

▲석종형승탑

 

   한편 삼국유사에 의하면 원원사터 동쪽에 4대덕의 유골이 묻혀 있다고 하여 혹 이 승탑들이 그것들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남은 승탑은 3기 뿐이고 양식도 모두 조선시대의 것이라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新羅京城東南二十餘里有遠源寺. 諺傳 安惠等四大德(朗融, 廣學, 大緣)與金庾信金義元金述宗等, 同願所創也. 四大德之遺骨, 皆藏寺之東峰, 因號四靈山祖師嵓云. 則四大德皆羅時高德.

신라 서울 동남쪽 20여리 되는 곳에 원원사란 절이 있는데 세간에는 이렇게  전한다. 이 절은 안혜 등 4대덕이 김유신, 김의원, 김술종 등과 함께 발원하여 세운 것이며, 4대덕의 유골이 모두 절의 동쪽 봉우리에 묻혔으므로 사령산 조사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4대덕은 모두 신라 때의 유명한 중이라고 하겠다.

 

<삼국유사 명랑신인(明朗神印)조>

 

 

 

<2011.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