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동화사 마애여래좌상
동화사 일주문 오른쪽 암벽에 북서쪽을 향한 마애불이 앉아있다. 항마촉지인 수인을 하고 암벽의 높은 곳에 앉아있다. 항마촉지인은 석가모니가 6년의 고행을 끝내고 중인도 부다가야의 강변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하였을 때의 자세이다. 옷은 양쪽 어개를 모두 덮은 통견이다. 팔각형 대좌에 앉은 마애불은 오른발을 옷밖으로 내밀어 대좌에 살작 걸친 유희좌적(遊戱坐的)인 대담한 자세, 활활 타오르는 듯한 불꽃무늬, 힘차게 비상하고 있는 구름 등의 표현에서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뛰어난 불상이다. 머리와 몸 뒤의 광배는 두 줄의 선으로 표현하였고 그 가장자리를 불꽃무늬로 장식하였는데 표현이 정교하다. 불상이 앉아있는 연꽃대좌가 구름 위에 떠 있어 사뿐히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구름무늬의 사실적인 표현으로 불상이 더욱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대좌 밑에 파도처럼 출렁이는 구름이 새겨져 있으니 석가모니상은 아닐테고, 아마도 56억7천만년 뒤 석가모니처럼 성도할 도솔천의 미륵불이라 여겨진다. 결가부좌를 하지 않고 유희좌 형태로 오른쪽 무릎을 비스듬히 올려 세우고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륵불임을 상징하는 자세라고 보기도 한다. 진표율종이 미륵불을 주존으로 모신다는 사실과도 부합하며 보은의 법주사입구에 고려시대에 의좌형(倚坐形)의 미륵불이 마애불로 조성된 것과 상통하는 것이라 하겠다. 얕은 돋을새김의 구름문양을 보니 팔공산 정상 방향으로 나는 듯하다. 두광과 신광에서는 불꽃문양이 화사하게 뻗어 빛너울을 이룬다.
동화사 마애여래좌상은 저부조이면서도 볼륨감을 잘 살리고 있으며 체구에 비해 얼굴이 풍만하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대좌와 광배 형식화된 옷주름의 표현으로 보아 신라 후기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하다. 석굴암 조각 이후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전반에 유행한 경주 불상의 도상적 특징을 잘 계승한 마애불이다. 약간 무덤덤한 상호의 표정이나 번잡스럽게 잔주름이 많은 법의, 그리고 장식적인 광배의 화염무늬와 연화대좌의 표현으로 미루어 그러하다.
▲마애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 상호
<201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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