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중원서원문화권

진천 보탑사 삼층목탑

蔥叟 2010. 1. 23. 05:58

진천 보탑사 삼층목탑

   

   신라 경주의 황룡사 9층목탑은 백제의 대목수 아비지의 작품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인 효류사(法隆寺)도 백제인들이 지었다. 그렇다면 황룡사 9층탑은 어디에 있으며, 백제인의 후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진천연곡리의 보탑사는 꽃망울 터뜨린 연꽃형상의 보련산 꽃술자리에 솟아오른 보탑사 삼층목탑을 바라보노라면 황룡사구층목탑을 빚어낸 백제 장인 아비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전체높이 42.7m로 몽고 침입 때 소실된 황룡사 구층목탑(80m)보다는 낮지만 시공 5년만에 단 한 개의 못도 쓰지 않는 전통건축법으로 지었다. 

  

보탑사 삼층목탑

  

보탑사 삼층목탑

  

보탑사 삼층목탑

 

   비구니절인 보탑사 3층목탑은 법주사 팔상전(30m)과 쌍봉사 3층목탑(15m)보다 훨씬 높은 현존 최고의 목탑(42.7m)이다. 외형은 탑이지만 내부는 불당(佛堂)인 다층양식의 건물로 황룡사 9층탑 이래 처음으로 우리 사찰의 한 원형을 복원했다는 점과 동시에 당대의 미학이 총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층 사방불전은 999개의 백자천불탑을 중심으로 비로자나불 등 12부처가 사방에 자리잡은 보기 드문 양식을 보이고 있으며, 2층 대장전(50평)은 팔만대장경 번역본을 안치하고 법화경 17만자를 무게 9t짜리 돌에 새겨 봉안하였다. 3층 미륵전(42평)에는 광배를 한 미륵불과 법화림보살을 존치했다. 탑 내부에 1천5백명이 찬꺼번에 들어갈 수 있다.

 

   이 탑의 시공과정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유일한 텍스트인 황룡사 9층목탑도 몽고침입으로 소실되고 없는데다 제대로 남아 있는 문헌도 없이 설계부터 어려움을 겪어야했기 때문이다. 이론적인 설계와 실제 시공의 차이가 엄청나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당장 핑요한 목재의 양마저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3층탑이니 한옥 세 채 짓는 정도의 목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5층에 해당하는 목재가 필요했다. 겉과 내부는 3층으로 짓지만 층 상이사이에 한층씩을 더 추가해 5층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기법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쉽게 넘어져 1천년을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탑을 짓는데 강원도산 춘양목만도 예상의 두배에 가까운 8t 트럭 1백50대분을 써야했다.

 

보탑사 삼층목탑

 

보탑사 삼층목탑

   

보탑사 삼층목탑

  

      보탑사 3층 목탑의 가장 큰 특징은 오를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목탑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2개 밖에 남아있지 않다. 하나는 보은 법주사의 팔상전과 화순 쌍봉사의 대웅전이다. 팔상전은 5층이고 쌍봉사는 3층으로 지어졌지만 모두 올라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아래에서 위까지 뚫려 있는 통층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탑사 3층 목탑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설치돼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2층과 3층 외부에는 탑돌이를 할 수 있도록 난간이 설치돼 있다. 신라시대에는 처녀총각들이 탑돌이를 하며 복을 받고 서로의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는 풍습이 떠오르고, 김현이란 화랑이 호랑이와 인연을 맺은 전설이 생각나기도 한다. 

 

   목탑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고 주위 산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3층에서 내려다본 산세는 나지막하고 동글동글한 모습이 활짝 피어있는 연잎을 연상하게 한다. 겹쳐져 있는 산은 보탑사 주위를 감싸고 있다. 그 중심에 보탑사가 자리해 있다. 이곳을 풍수지리적으로 ‘연꽃형’이라고 한다. 목탑이 세워진 곳은 꽃술에 해당하는 위치라고 한다. 보탑사가 완공됨으로서 연꽃에 꽃술을 달아 준 셈이 됐다. 이곳은 거대한 연꽃이 피어있는 자리였다. 목탑을 감싸고 있는 나지막한 산 이름도 보련산(寶蓮山)이다. 절이 위치해 있는 마을 이름도 연곡리(蓮谷里)다.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보탑사 삼층목탑

 

 

 

<2009. 12. 26>

'◈한국문화순례◈ > 중원서원문화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 적성산성  (0) 2010.11.28
단양 향교  (0) 2010.11.28
진천 보탑사 삼층석탑  (0) 2010.01.23
진천 연곡리 석비(石碑)  (0) 2010.01.23
진천 용화사 석불입상  (0) 2010.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