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낙서문화권

성주 법수사터 삼층석탑

蔥叟 2009. 11. 23. 08:35

성주 법수사터 삼층석탑

  

   법수사(法水寺)는 가야산 남쪽 경상북도 성주군 중기(中基) 마을에 있던 사찰이다. ‘중기’는 절터 중앙에 생긴 마을이라는 뜻이다. 신라 애장왕 3년인 802년에 세워진 화엄 사찰이었다. 창건 당시에는 금당사(金塘寺)라 하였으며, 고려 때 중창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1114년(고려 예종 9) 왕사(王師) 낙진(樂眞)이 이 절의 주지를 지냈으며,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 때 불에 탄 뒤 폐사되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1,000여 칸이 넘는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섰고 주변 암자만도 100곳이 넘었다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고 도은암(道恩庵)과 보현암(普賢庵)·백운암(白雲庵)·일요암(日曜庵) 등 몇 개의 암자가 이름만 전할 뿐이다.

 

▲법수사터 삼층석탑

 

탑신부

 

탑신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막내아들인 범공(梵空)이 이곳에 머물렀으며, 고려 광종 대에는 균여(均如)도 이곳에 머물며 화엄종을 진작시켰다. 그 후 고려 예종 대에 왕사를 지낸 원경(元景)이 주지를 지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유물로는 비로자나불상이 유명하다. 절이 폐사된 뒤 인근 용기사(龍起寺)로 옮겼으나 용기사마저 폐사되자 1897년 범운(梵雲)이 해인사 대적광전으로 옮겨 해인사의 중심 불상이 되었다. 미륵당에 있던 미륵불상은 1967년 경북대학교로 옮겨졌으며, 진등마을에 있던 목 없는 석불좌상은 대좌와 함께 백운초등학교에서 보관중이다.

   절터에 남아 있는 법수사 삼층석탑은 1975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86호로 지정되었다. 사찰 창건 당시에 세운 것으로 보이며, 높이는 6m에 2개의 기단과 3층의 탑신이 있다. 탑의 지붕돌은 완만한 곡선에 네 귀퉁이가 추켜 세워져 있어 그 중량감에 비해 무겁지 않은 느낌을 준다. 안타깝게도 상륜부(相輪部) 노반(露盤·머리장식 받침돌)은 깨어져 있다. 1층 기단에는 각 면마다 3개씩의 연화무늬가 새겨져 있고, 받침돌 몸돌은 그나마 상태가 양호하다. 지붕돌 네 모서리마다 풍경을 달기 위해 구멍을 뚫어놓은 흔적이 있다.

 

▲기단부

 

▲삼층석탑

 

▲삼층석탑

 

   전형적인 통일신라 시대의 석탑으로 크다는 느낌도 작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적당한 크기이며 마찬가지로 자태 또한 그리 엄정하거나 강건해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심약하고 무기력한 모습도 아니다. 같은 시대의 다른 탑들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비교적 높직한 하층 기단 각 면에 안상이 3구씩 선명하게 새긴 점이 색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신라 하대에 오면 하층기단에 장식적 요소들이 조각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법수사가 창건될 무렵 이 탑이 세워졌다는 말과도 들어맞다. 탑의 정면 앞에는 지대석과 아래로 향한 연꽃무늬 하대석을 돌 하나로 다듬은 석등의 부재가 남아 있다.

 ▲기단부 안상

 

▲배례석

 

▲연화하대석

 

   평범해 보이는 법수사터 삼층석탑이 돋보이는 것은 이 탑이 서 있는 위치 때문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야산의 바위봉우리들을 등 뒤에 두고 발아래로 굼실굼실 멀어져가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구름 속에 이 탑이 서 있는 듯한 착각에 저절로 사로잡힌다. 탑 서쪽으로 만물상, 상아덤~돈봉, 그리고 동성봉~바래봉 능선 등 가야산의 빼어난 절경이 병풍처럼 둘러싸 탑을 감싸안고 있다. 어둠이 깔릴 무렵 법수사지 3층 석탑 앞에 서면 1천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석탑 아래의 석축은 높이가 7, 8m에 이르는 석축은 크고 작은 돌을 맞물려 쌓아 올렸다. 아귀가 절묘하게 맞는 석축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경주 불국사의 석축도 빼어나지만 사라진 사찰, 법수사의 석축도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중대석

 

▲석축

 

 

 

<2009.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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