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지리산문화권

남원 서천리 석장승

蔥叟 2018. 6. 1. 08:49

남원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당산은 당산나무, 돌장승, 솟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함께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남녀 한 쌍인 돌장승은 운봉초등학교 서쪽 500여m 지점에 마주보고 서 있는 부부장승이며, 이 주변에 당산나무가 있다. 장승과 솟대를 함께 세워 제사를 지내는 것은 전라도 지방에 남아있는 당산신앙의 한 형태로 원래는 이곳에도 솟대를 함께 세웠던 것으로 보여지지만 마을 중앙에 있었던 솟대의 모습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다.

 

부부장승은 마을의 허한 곳을 방어하고 서쪽을 진압한다는 의미에서 각각 ‘방어대장군’, ‘진서대장군’이라 새겨져 있다. 이 석장승들은 만든 이가 다른 듯 벙거지의 제작형식이나 표현기법이 서로 다르다. 선두 숲이라고 하는 곳의 길 양쪽에 마주보고 서 있다. 왼쪽이 防禦大將軍, 오른쪽이 鎭西大將軍이다. 방어대장군이 높이 2.2m, 진서대장군은 높이 2.07m정도이며, 약 3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惡像으로 꼽히는 이들 장승은 둘 다 수염이 구불구불 길게 드리워진 남자상으로 생김새가 서로 닮았다. 세모꼴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쓰고, 왕방울만한 눈알을 험상궂게 부라리며, 주먹코는 벌렁벌렁, 앙다문 입 사이로 비어져 나온 굵은 윗니가 매우 사나워 보이나 평생을 묵묵히 농사와 씨름하며 온갖 풍상을 겪어낸 농부들의 건강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 장승들은 1989년에 도난을 당했다가 되찾았는데. 방어대장군보다 더 우악스럽지만 시침 떼고 엉뚱한 척하는 표정이 외려 익살맞다. 목이 부러져 연결해놓은 자국이 보이는데, 남원군지에 의하면 진서대장군이 여자로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한테 얻어맞아 목이 부러졌다고 하고, 또 두 장군이 서로 싸우다가 목이 부러졌다고도 한다. 이들 두 장승에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전설이 부부싸움에 관한 것이다. 이들 부부 장승이 불화로 싸움하게 되었단다. 둘은 서로 상대방의 비위를 건드렸는지, 진서대장군이 방어대장군의 귀를 물어뜯었다고 한다. 그러자 화가 난 방어대장군이 진서대장군의 목을 부러뜨렸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끔찍하다. 아마도 방어대장군의 없는 귀, 진서대장군의 부러진 목을 보고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그렇지만 진서대장군의 턱수염이나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보아 남자가 틀림없을 듯하다. 현재에도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해 음력 정월 초하룻날 당산나무에 제사를 지낸 다음에 석장승에게도 간단한 제를 행한다. 서강승은 마을 수호의 부수적인 신이지 主神은 아니다. 시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옛 모습이 잘 간직되어 있고 민간신앙을 보여주는 한 형태로 가치가 있다.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석장승

 

▲서천리 석장승

 

 

 

  <2018.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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