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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안국사터 배바위 매향비

蔥叟 2018. 4. 14. 09:42

당진 안국사터 배바위 매향비

 

고려의 민간에서 조직된 신앙 공동체인 향도에서 시행한 행사로 내세의 복을 위해 향을 땅에 묻는 의식을 말한다. 매향은 내세의 복을 빌기 위해 향을 땅에 묻는 행사이다. 고려의 사람들은 내세에 미륵불의 세계에 태어날 것을 염원하면서 향을 묻고 비석을 설립하였다. 매향비는 대부분 14, 15세기에 세워졌는데, 당시 왜구의 침략이 많았던 해안 지역에서 불안과 민심을 매향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는 불교를 국가의 신앙으로 정하여 건국 초부터 많은 지원을 하였다. 민간에서는 불교가 토속 신앙이나 풍수지리설 등과 융합되어 신봉되었다. 향도라는 지방의 신앙 공동체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향도는 불상, 종, 탑, 사원의 건립과 각종 불교 행사에 보시를 하거나 매향 등을 위해 지방의 사람들이 만든 조직이다. 향도는 승려와 신도들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신앙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각종 토목 공사, 군대 동원 등과 같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조직으로 발전해 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매향비는 5종이 있다. 연대순으로 보면 1309년(충선왕 1)에 세운 고성삼일포매향비(高城三日浦埋香碑)와 1335년(충숙왕 복위 4)에 세운 정주매향비(定州埋香碑), 1387년(우왕 13)에 세운 사천매향비(泗川埋香碑), 1405년(태종 5)에 세운 암태도매향비(巖泰島埋香碑), 1427년(세종 9)에 세운 해미매향비(海美埋香碑) 등이다.

 

매향은 향을 오랫동안 땅에 묻어 침향을 만드는 것이다. 향을 오랫동안 땅에 묻어 두면 보다 단단해지고 굳어져서 물에 넣으면 가라앉게 되기 때문에 침향이라고 하며, 그 향을 불교에서는 으뜸가는 향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이 매향은 『미륵하생경(彌勒下生經)』에 근거한 신앙형태로, 향을 묻는 것을 매개체로 하여 발원자가 미륵불과 연결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즉, 미륵불이 용화세계(龍華世界)에서 성불하여 수많은 중생들을 제도할 때 그 나라에 태어나서 미륵불의 교화를 받아 미륵의 정토에서 살겠다는 소원을 담고 있으며, 이와 같은 소원을 기록한 것이 매향비이다.

 

발견된 매향비는 모두 바닷물이 유입하는 내만(內灣)이나 첩입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불가(佛家)에 전하고 있는 매향의 최적지가 산곡수(山谷水)와 해수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매향비를 통해 볼 때 매향 주도 집단으로서 매향 발원자들을 결속시킨 조직체로는 보(寶)·결계(結契)·향도(香徒) 등이 있고, 이들은 승려보다는 일반 민중이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매향지의 민중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적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구원받는 방법으로서 미륵신앙과 접합된 매향을 택했던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들 매향비가 모두 14, 15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보아 왜구의 침략이 많았던 해변지역의 불안과 민심을 매향을 통하여 치유하려 했음을 살필 수 있다.

 

唐津 庚午年 埋香碑충남 당진군 정미면 수당리에 있는 고려시대 매향비이다. 안국사지 석불입상 바로 뒤에 있는 배바위라고 불리는 바위에 각자(刻字)되었는데, 높이 2~3m·너비 15m의 바위가 동서로 누워 있고, 명문은 세로로 새겨져 있다. 명문에는 경오년(庚午年) 여미(餘未) 천구포(天口浦)에 매향을 하였다는 사실과 관여한 사람들이 기록되어 있다. 연대가 간지만이 기록되어 있으나, 여미라는 지명은 1018년(고려 현종 9)부터 사용되어 1407년(조선 태조 7)부터 해미(海美)로 바뀌므로, 1030년에서 1390년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구포는 현재의 천의포이며, 실제 천의포 구티마을에서 침향목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庚午 二月日

余美北天口

浦東際埋香

一丘 化主兗先

結願香徒

 

경오년(庚午年) 2월 일

여미(余美) 북쪽 천구포(天口浦) 동쪽 가에 매향(埋香)하였다.

화주(化主) 연선(兗先)과 결원향도(結願香徒) <결락>

 

▲매향비가 새겨진 배바위

 

▲매향비가 새겨진 배바위

 

▲매향비

 

▲매향비

 

 

 

<2018.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