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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미술 - 파키스탄 불족적

蔥叟 2016. 5. 24. 08:32

간다라 미술 - 파키스탄 불족적

<영광 간다라유물관>

 

불족적은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시고 첫발을 내디디신 곳을 의미한다. 탑과 더불어 무불상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예배드렸던 대상이 불족적이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뜻하는 불족적(佛足跡)은 주로 돌 위에 새겼기 때문에 불족석(佛足石)이라고도 불린다. 불족적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누구나 부처님의 발자취를 보고 존경하고 기뻐하면 한량없는 죄업을 소멸한다고 하여 예로부터 이것을 만들어 숭배하고 공경하는 일이 유행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의 남방불교권에서는 불족적을 돌에 새기거나 그리는 것이 대단히 유행한 반면 중국, 한국, 일본 등 북방불교권에서는 그다지 유행하지 않았다. 남방불교권과 북방불교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 환경일 것이다. 남방불교권은 날씨가 따뜻해 겨울에도 맨발로 걸어다닐 수 있지만 북방불교권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어도 발이 시릴 정도로 북방불교권의 한겨울 추위는 혹독하다. 자연히 두 발은 양말이나 신발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니 맨발의 중요성이 반감된다. 남방불교권에서는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수행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도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므로 불족적의 유행을 단순히 ‘부처님의 발자취를 보고 존경하고 기뻐하면 죄업이 소멸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맨발로 다닐 수 있는가, 없는가의 환경과의 관련성에서 찾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맨발로 다닌다는 것. 그것이 쉬워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뜨거운 여름날에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길을 맨발로 걸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뜨거운 바닥을 걷다 사원 안의 차가운 돌바닥을 걸을 때면 온도 차이 때문에 마치 발바닥에 불이 붙는 것 같다. 더구나 신발이라는 충격 흡수 장치 없이 먼 길을 맨발로 하루 종일 걸을 때 보행의 충격은 그대로 온 몸으로 전달된다.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힘든 길을, 내게 도움이 되거나 이익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중생의 행복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45년 동안을 걸어 다닌다는 것은 감동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불족적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비심의 현현(顯現)이고 구도심의 결정체다. 베풀되 베풀었다는 마음조차도 내지 않는 무주상 보시의 전형이다. 조금 주고 많이 받기를 바라는 중생심을 부끄럽게 만드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그 분을 따르는 이들은 ‘귀의불(歸依佛) 양족존(兩足尊)’을 서원한다. 두 발을 가진 존재 중에서 가장 높은 이에게 귀의한다는 뜻이다. 이 때 양족(兩足)은 복덕과 지혜, 계(戒)와 정(定), 대원(大願)과 수행을 원만하게 갖추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런 분이 걸어간 길이 너무나 숭고하고 거룩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수행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닮으려는 수행자들이 계속 이어지는 한 불족적도 지속적으로 조성될 것이다.



▲불족적


▲불족적


▲불족적


▲불족적


▲불족적


▲불족적


▲불족적


▲불족적

 

 

 

<2016.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