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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의 정수 - 아잔타 석굴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蔥叟 2015. 3. 25. 09:01

불교미술의 정수 - 아잔타 석굴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비스반타라(Visvantara) 자타카는 불교의 보살심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기 바로 전생의 이야기이다. 부처는 제튜타라 왕국의 산자야왕과 퓨샤티왕비 사이에서 왕자 비스반타라로 태어났다. 비스반타라왕자는 어린 시절부터 누구든 자신이 가진 것을 원하는 이들에겐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관대함과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한번은 이웃 카링가 왕국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자비로운 비스반타라 왕자는 자신의 왕국에 늘 풍족한 비를 내리도록 축원하는 신성한 힘을 지닌 코끼리를 카링카 왕국으로 보내 비를 축원하게 한다.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그러자 제튜타라 왕국의 성난 백성들은 왕에게 왕자를 추방하라고 강력한 시위를 벌인다. 백성들의 성화에 왕도 어쩔 수 없어 왕자를 추방하기로 한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비스반타라 왕자는 즉시 아내 마드리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왕국을 떠나 깊은 숲으로 떠나기로 한다. 왕국을 떠나기 전 왕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심지어는 자신이 타고 가야 할 마차와 말까지도 나누어 준다. 이러한 상황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신들은 왕자의 관대함을 시험하기 위해 욕심 많은 브라민 승려 쥬쥬라카를 왕자에게 보낸다. 쥬쥬라카는 아주 늙고 나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왕자 앞에 나타나서 왕자에게 자신은 늙고 병들어서 시중을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니 왕자의 두 아이들은 자신에게 내줄 것을 청한다. 왕자는 사랑하는 두 아이들은 쥬쥬라카에게 주는 것이 마음 아팠지만 기꺼이 허락한다. 쥬쥬라카는 두 아이들에게 아주 혹독하고 고된 일을 시키며 때로는 매질을 하기도 했다.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그러던 어느 날 두 아이들의 신분을 알아차린 한 남자가 브라민 승려를 설득해서 왕의 두 손자들을 데리고 왕국으로 돌아온다. 그러자 다시 손자들을 만나게 된 왕은 몹시 기뻐하며 손자들을 놓아주는 조건으로 브라민 승려가 원하는 대로 몸값을 지불한다. 제튜타라 왕국의 백성들은 시간이 흐른 뒤 왕자의 자애로운 마음과 관대함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고 자신들의 잘못을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정중하게 왕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왕자와 왕세자비에게 깊은 숲 속의 오두막에서 다시 왕국으로 돌아와 줄 것을 간청한다. 마침내 왕자는 아버지의 왕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온 나라는 그들을 환영하는 성대한 잔치를 벌인다. 비스반타라 자타카 이야기는 불교의 보살 정신을 잘 보여준다. 가장 소중한 것을 보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공덕을 쌓는 일이라는 것을. 이처럼 부처는 수 많은 전생의 공덕을 쌓은 후에야 싯다르타 왕자로 태어나게 된다.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제17굴 '비스반타라 왕자' 벽화

 

맨 왼쪽 파라솔 아래의 키가 크고 검은 남자는 비스반타라왕자이다. 왕자가 왕국을 떠나기 위해 성문을 나서려는 장면이다. 왕자는 약간 푸르스름한 색채로 표현되어서 성스러운 인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왕자의 약간 비스듬히 묘사된 얼굴의 표정은 단순하지만 자비로움이 가득하다. 그 뒤 또 다른 파라솔 아래에는 아내인 마드리가 감상자를 향해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좌우에는 시종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으며 승려로 보이는 이가 왼 쪽 어깨에 음식을 담는 그릇을 들고 오른손을 들어 보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쪽으로는 그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창문 안의 두 명의 인물들이 마치 흑백사진처럼 한가지 톤으로 묘사돼있다. 그림은 부분적으로 많이 손상되었지만 감상자가 나름대로 처음 그림이 그려지던 때의 완벽한 화면을 상상하며 찬찬히 들여다보며 감상한다면 가슴 벅차 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2015.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