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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신흥사 대광전 관음삼존도

蔥叟 2011. 11. 13. 03:15

양산 신흥사 대광전 관음삼존도

<모사도>

 

   신흥사 관음삼존도는 대광전 후불벽 뒷면에 가로 444.5cm, 세로 223.7cm의 규모로 그려져 있다. 벽화의 보존을 위하여 모사도를 그려 놓았다. 관음삼존도는 양류관음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어람관음을, 오른쪽에는 백의관음을 배치하여 삼존을 구성하였다. 이처럼 화면에 관음삼존을 표현한 것은 희귀한 예이다. 전체적으로 검은 바탕에 백색선묘로 그렸으나, 보살의 머리카락과 정병에 꽂힌 버드나무가지는 녹색으로, 얼굴과 가슴, 손발 등은 육색으로 채색하였다. 백의관음은 인도가 기원이며, 수월관음은 중국이 기원이다. 어람관음의 도상은 우리나라 불화에서 매우 드문 예로, 중국 당나라 때 어람관음의 연기설화에서 시원을 찾을 수 있다.

 

▲관음삼존도

 

▲양류관음

 

   중앙의 양류관음도는 암석에 앉아 오른발은 내린 유희좌로 원형의 광배를 뒤에 두고 정면을 향해 앉은 모습이다. 화불이 있는 화려한 보관을 썼으며, 세로로 각진 듯한 얼굴에는 둥근 눈썹에 고리가 위로 올라간 가늘고 긴 눈, 두툼한 코에 작고 붉은 입술을 표현하였다. 목에 건 목걸이에서 늘어진 천의자락이 양팔 사이를 휘감아 바위 아래로 늘어져 휘날리고 있는가 하면, 법의에는 당초무늬 국화무늬 구름무늬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정성을 기울여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오른쪽 반석 위에는 청조가 앉은 버들가지를 꽂은 정병이, 왼쪽 반석에는 대나무가 그려져 있다.

 

▲양류관음

 

▲양류관음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소원을 좇는 것이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쏠리는 것과 같으므로 양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예로부터 불화(佛畵)에서는 관세음보살이 다양한 자세로 묘사되어 왔는데, 흔히 오른손에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왼손으로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준다는 표식인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있다. 버드나무 가지는 중생이 바라는 것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온갖 병을 제거한다는 맹세를 표시하는 것으로 이해되나 그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인도 서북부로부터 관음신앙이 전파되면서 중앙 아시아에서 유래한 관음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국은 당나라 이래 병의 제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신앙시되었던 것 같다. 양류관음의 불화로는 고려시대의 것이 특히 유명하다.

 

▲어람관음

 

▲어람관음

 

   왼편의 어람관음도는 왼손에 커다란 물고기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가다가 양류관음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원형의 두광을 갖추고 감아올린 머리에 쪽진 모습이다. 겉으로 드러난 복식은 아무 특징 없이 일반인들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하여 귀갑문을 그려 넣었고, 듬성듬성 기우 듯한 표현도 눈에 띈다. 그러나 가슴과 소매, 다리 등에 부분적으로 드러난 안쪽의 옷은 화려한 당초무늬와 연꽃무늬 국화무늬가 장식되어 있어 이중적인 복식착용을 보여준다. 이로 볼 때 누추한 외면은 어람관음 설화에 보이듯 생선 파는 여인의 화신임을 나타낸 것이고, 그 속의 가려진 화려함은 관음보살 본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어람관음

  

▲물고기

 

   당나라 헌종 원화 12년(817)때 섬서지방 사람들은 성질이 난폭하여 도의심이 전혀 없어 간탐 · 질투·살인 등 사악만을 일삼는 무법 지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대자비보살이 우협시가 되고자 원력을 세우는데 방편으로 이 지방 금사탄 위에서 바구니에 생선을 담아 파는 어람미인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절륜한 미인이었는데 고을 청년들은 서로 다투어 아내로 삼으려고 했다. 그래서 어람미인은 청혼해 오는 많은 청년들에게 관음경을 나누어주며 “이 관음경을 하룻밤 사이에 다 외우는 이를 남편으로 섬겨 모시겠다.” 고 약속했다. 이튿날 아침에 이 경을 외운 청년이 수 십 명이나 되었다. 다시 그녀가 말하되, “내 한 몸으로 어떻게 여러 남자를 섬길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는 하룻밤 사이에 이 금강경을 외우시오.” 하고 권했다. 이튿날 아침에 그녀의 앞에서 외워낸 청년이 10명이나 되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10명에게 이번에는 법화경을 나누어 주며 사흘간에 이 경을 다 외우는 분을 남편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다.

 

▲백의관음

 

▲백의관음

 

   약속한 다음 날 아침에 그녀의 앞에서 법화경을 외워낸 이는 마씨라는 청년이었으니, 즉 마랑뿐이었다. 그래서 마씨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녀는 식장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슬픔을 깨물고 장의를 치른 지 백일이 지난 뒤에 한 노승이 와서 “미녀가 바로 관세음보살의 화현일 것이라.” 고 이르자 마랑은 무덤을 파 보았는데 향내가 진동하고 관속에는 오직 황금빛 연쇄골만 있을 뿐이었다. 노승이 석장으로 뼈를 돋우자 쇄골마저 공중으로 날아 가버렸다. 이때 노승이 말하기를 “이는 관세음보살이 시현하여 중생을 교화한 성적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이내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 후 이 고을사람들은 사악한 모든 부도덕을 물리치고 평화로운 정토를 성취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어람관음 또는 마랑부관음의 연기인 것이다.

 

▲백의관음

 

▲백의관음

 

   오른쪽의 백의관음도는 머리에는 베일이 보관에서부터 양 어깨를 감싸고 있어 화불이 있는 부분만 부분적으로 드러나 있다. 두 손은 법의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가슴 앞으로 올려 모으고 있는 듯하고, 두 발은 활짝 피어난 연꽃 2개를 각기 딛고 있다. 온 몸을 감싼 법의에는 당초무늬와 연꽃무늬 국화무의가 가득 표현되었고, 부분적으로 어람관음에 표현된 귀갑문이 보인다.

 

▲정병

 

▲정병

     

▲대나무

 

   

 

<2011.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