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나라 가는 길 - 경주 전이거사터
이거사(移車寺). '수레를 옮긴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달리 표현하면 '전륜(轉輪)'이다. 즉 '바퀴를 굴린다'는 의미이다. 이 수레는 '불법의 수레'요, 바퀴는 '불법의 바퀴'이다. 불법의 바퀴를 굴리는 분은 바로 전륜성왕이다. 「삼국사기」에 '성덕왕을 이거사 남쪽에 장사했다' 는 기록에 근거하여 이곳을 이거사터로 추정하고 있다. 이거사터에는 8세기 초중엽의 것으로 보이는 석탑재가 흩어져 있다. 하층기단은 4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졌고 기단 밑으로 자연석이 양끝을 밭치고 있었다. 하층기단의 길이는 187+195 (382) 이고, 우주와 탱주가 2개가 있었다. 탑의 높이는 7.6m 정도로 추정된다.(기단 × 2) 기단의 옥신 괴임은 호형과 각형이고 호형의 모서리엔 얇게 우동이 표현되었다.
▲전이거사터 석탑 기단부
▲전이거사터 석탑기단
▲전이거사터 석탑기단
1층 옥개석으로 보이는 탑재는 기단의 남쪽으로 쓰러져 있는데 크기는 180×180 이고 5단의 층급받침이다. 우동은 날렵하지 않고 둥글다. 특이한 것은 옥개석의 밑에 길이 40Cm이고 깊이 16Cm의 사리공이 있다. 사리공은 몸돌 윗면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거사 탑은 1층 옥개석 밑면에 있다. 황복사탑의 경우는 2층, 8세기 후반에서 9세기에 이르면 1층으로 옮겨간다. 1층 탑신의 한쪽면은 돌을 쪼개기 위한 톱날모양이 있는데 두 개의 몸돌을 톱날모양으로 붙였을까? 아마도 후대에 누군가가 그 돌을 이용하려고 쪼갠 것으로 여겨진다.
탑이 만들어진 시기는 성덕왕(702∼737)과의 관계와 사리공의 위치로 보아 8세기 초에서 8세기 중엽임을 알 수 있다. 즉 석가탑 보다 조금 앞 시기에 만들어진 석탑이다. 주위의 깨밭에는 도자기편과 기와조각, 옹기조각, 사기의 조각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이거사터는 발굴 및 조사기록이 없어서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지금은 그전의 사찰의 가람배치를 알 수 없으나 입지는 토함산의 서쪽에 위치한 숭복사지, 감산사지와 비슷할 것으로 여겨진다.
▲전이거사터 석탑재
▲전이거사터 석탑재
▲전이거사터 석탑재
남아있는 옥개석의 모양이나 조각솜씨도 상당한 수준의 탑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훌륭한 수준의 탑이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 탑의 옥개석은 구정동 불국사역 앞 삼거리에 남산의 폐사지의 탑재와 합쳐 균형도 안 맞는 하나의 탑을 이루고 있었다. 다행히 불국사 역 앞 석탑을 해체하여 남산 염불사터의 석탑을 복원하고 이거사탑 1층 옥개석은 염불사터에 보관하고 잇다. 조속히 예산이 마련되어 이거사터로 옮겨와 복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당시에는 그 필요성에 의해 탑재를 옮겨와 세웠겠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탑이 허물어져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탑이라 문화재적으로는 가치가 덜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페탑이 사리공등 탑의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한편 이거사터에는 현재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쪽 보호각 안에 안치된 높이 1m의 석조여래좌상이 있었다. 서울시유형문화재 제24호로 등재돼 있으며 방형의 대좌에 앉은 이 불상은 그 양식으로 보아 8세기 무렵 통일신라시대 유물로 평가된다. 석굴암 본존불과 크기만 다를 뿐 양식이 매우 흡사하다. 특히 방형대좌를 한 최초의 불상으로 평가된다. 이 불상은 1913년 무렵, 데라우치 조선총독이 경주를 순시하던 중에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로 있던 오히라(小平)라는 일본인 집 정원에서 발견되었다. 오히라는 데라우치가 이 불상을 탐낸다고 생각해 즉시 지금의 남산 밑 왜성대에 있던 총독관저로 보냈다. 이후 이 불상은 1927년에 경복궁에 새 총독관저(지금의 청와대)가 신축되자 그리로 옮겨져갔고, 현재도 청와대 숲속 침류각(枕流閣) 뒤의 샘터 위에 잘 안치돼 있다. 하루 빨리 불상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전이거사터 석탑재
<201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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