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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선암산 압곡사(鴨谷寺)

蔥叟 2011. 5. 21. 05:58

군위 선암산 압곡사(鴨谷寺)

 

   압곡사는 고로면 낙전리 마을 앞산 산허리에 있는 암자로 기록이 전하지 않아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지만 창건 당시부터 내려오는 불력을 상징하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 인각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부속 암자를 지으려고 자리를 찾았으나 적당한 곳이 없어 신라 문무왕 16년에 현 압곡사에서 서북쪽 5㎞ 지점에 창건한 후, 장소가 협소하여 현 사찰에서 8㎞ 떨어져 있는 아미산 봉우리에서 나무로 만든 오리를 하늘로 던졌더니 그 나무 오리가 훨훨 날아가서 현재 압곡사가 있는 자리에 앉기에 오리가 앉은 자리에 암자를 짓고 압곡사라 이름 지었다. 그때부터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고요한 향기가 가득했다 한다. 그 이후의 역사는 전하는 것이 없어 알 수 없으나 남아있는 현판에서 조선시대에 중창이 거듭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압곡사 전경

 

▲압곡사

 

   압곡사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 길에 빛 바랜 나무에 매달린 시 한 수가 목압(木鴨)이 골짜기에 떨어져 생긴 절을 찾은 이들을 먼저 반긴다. 좁은 마당을 지나 달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뜻을 지닌 망월루 툇마루에 앉아 산 아래를 바라보면 겹겹이 펼쳐지는 골짜기에서 발산하는 기운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압곡사는 선암산 품안에 안겨 있는 새집과 같은 사찰로 그윽한 솔향기와 함께 선암산의 겹겹이 포개진 골짜기가 일품이다.

 

▲망월루

 

▲망월루

 

   압곡사가 자리한 선암산(船巖山)은 군위의 명산 가운데 하나로, 태백산 정상에서 뻗어 나온 지맥이다. 선암산 골짜기 깊은 곳에 나무오리도 그 기운을 느끼고 내려 앉은 것을 보면 분면 선암산 압곡사가 자리한 곳이 범상치 않음이 분명하다. 비록 절간에 잘 갖추어진 법당 하나가 없지만, 세상의 온갖 번뇌망상을 떨쳐버리고 파도치듯 펼쳐져 있는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를 도반(道伴)으로 삼아 조용히 참선과 기도의 힘으로 진리에 눈 뜰 수 있는 도량으로 손색이 없다.

  

▲'선암산압곡사(船岩山鴨谷寺)' 편액

   

▲'조사전(祖師殿)' 편액

 

   압곡사에는 3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첫째는 맑은 물이다. 물이 없던 이 골짜기에 나무 오리가 앉은 뒤부터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 내렸는데 이 물은 맛이 좋기로도 이름나 있다. 둘째는 탱화이다. 탱화는 작자와 제작 연대는 알 수가 없지만, 그 솜씨가 국보급에 속하는 것이나 아깝게도 1988년 도난당했다. 세째는 아홉 분의 선사영정이다. 선사 영정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압곡사에 보관되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으며, 보관된 진영(眞影)들은 모두 표구되어 유리로 덮힌 액자 속에 넣어져 압곡사 방(房) 한 칸에 9폭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져 있다. 방의 입구 왼쪽 벽에서부터 만은당대선사, 만우당대선사, 보광당대선사, 수월당대선사의 순서로 네 폭이 걸려 있고, 입구의 맞은 편 벽에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의상조사, 정허당대선사의 두 폭이 입구쪽으로 사명당, 총산당대선사, 현암당대선사의 순으로 세 폭이 걸려 있다.

 

▲'압곡보궁(鴨谷寶宮)' 편액

 

▲'사유수(思惟修)' 편액

 

   암자의 뒤쪽으로 경사진 산길을 오르면 왼쪽 아래엔 산령각이 보이고 오른쪽 아래엔 창고인지 요사인지 모를 허름한 황토집 하나가 숲과 엉키어 있다. 지척지척 등 굽혀 오른 길이 살짝 열리면 유리창 달린 작은 요사가 붙박이처럼 서있고 그 앞에 작은 석탑 하나가 서있다. 작지만 소실된 것 없이 온전하고, 온전하지만 시간의 두께가 쌓여 제 모습 다 보여주지 않는 석탑. 창을 열고 앉으면 석탑과, 압곡사의 지붕과 저 먼 산들의 실루엣까지도 다 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망월루는 떠오르는 보름달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없다고 한다.

 

▲'압곡암(鴨谷菴)' 편액

 

▲'망월루(望月樓)' 편액

 

   한편 절 근처에 도마재가 있는데, 신라 말에 한 승려가 전국을 유랑하다 이 고개에서 쉬던 중 도마뱀 한 마리가 큰 뱀에게 쫓기는 것이 보였다. 도마뱀은 얼른 꼬리를 떼어버리고 위기를 모면하였고, 이를 본 승려는 크게 깨우쳤다는 설화가 전한다고 적혀있다.

 

▲압곡사 축대

 

▲'압곡사 가는길' 시

 

   압곡사에서 내려오는 길 축대에 붙은 최병창 시인의 '압곡사 가는'이 눈에 들어온다.

 

압곡사 가는길

 

                                                                                                               최병

 

       선암산 넘다가 그대 닮은 가슴 보았네

       무소유의 아름다운 참무지개 하나

       송아가루 쏟아놓은 눈물인듯 싶었네

       너무 너무 맑아져

       소쩍새 우는 바람 때문 일러라

 

 

<2011.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