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문화동 벅수
세병관으로 오르는 길가 오른쪽에 서 있는 돌장승을 이곳 주민들은 「벅수」라고 부르고 있다. 「벅수」라는 명칭은 「卜水」라는 말이 변한 것이라 한다. 높이 201㎝, 둘레 155㎝의 장승의 몸부분 앞면에 "土地大將軍"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장승의 제작연대가 불분명한 것이 상례인데, 이 장승의 제작연데는 그 뒷등에 "光武十年丙年八月 日 同樂洞 立"이라는 글이 음각되어 있어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서기 1906년이다.
▲문화동 벅수
벙거지를 쓰고 이마에 주름이 있으며, 눈알이 일반적인 다른 장승에 비하여 작은 편이나 튀어 나온 점은 다른 것과 공통적이다. 윗 송곳니가 아래로 길게 나와 험상궂게 보이며 수염이 비스듬하게 세 가닥 움푹 페어 있다. 얼굴의 표정은 다른 장승처럼 마을의 벽사신으로서 잡귀를 쫓을 수 있는 공포감을 자아내게 하고 있으나, 자세히 보면 눈가와 입술에서 약간의 미소 같은 것이 서려 있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험상궂으면서도 미소를 머금은 표정은 민간의 독특한 장승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보기 드문 독벅수라는 면에서 민속자료로서 가치가 돋보이는 것이다.
▲문화동 벅수
마을 주민들의 따르면 동네 노인들이 벅수계(長牲契)를 모아 세웠다고 한다. 본래부터 현 위치에 서쪽을 향하여 하나가 세워졌다고 한다. 매년 춘추로 차일을 치고 오후에 한 시간 정도 동네 노인들이 간단한 제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냈는데, 1930년대 일제침략기에 단절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이 일찍이 도시화되어 이 마을의 동제도 사라진 지 오래되어 지금은 이 장승에 대한 공동제의를 행하지 않고 있으며 간혹 가정에서 굿을 하면 벅수 앞에 촛불을 켜고 간단한 제물을 차리고 치성를 드리는 일이 있다.
▲문화동 벅수
장승은 장소와 기능에 따라 마을장승, 사찰장승, 비보장승, 그리고 공공장승 등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장승이라면 의례히 남녀 한쌍으로 두 개가 서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간혹 하나만 거 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문화동 벅수는 하나만 서 있어 지금은 그 유례를 찿아보기 어려운 독장승이다. 이 장승은 서쪽으로 향한 독벅수인데다가 앞면에 "土地大將軍"이라 쓰여져 있고 그 위치가 북방에 洗兵館과 그 뒤에 艅航山이 있고 동쪽에 望日俸, 서쪽에 天巖山이 있는 시가의 낮은 중심지대로 풍수지리에 따라 補虛와 鎭壓을 위하여 세워진 비보장승이 아닌가 한다.
<2011.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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