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순례◈/서라벌문화권

경주 배리 삼존불 본존여래입상 연필화

蔥叟 2010. 12. 13. 06:19

경주 배리 삼존불 본존여래입상 연필화

<고청 윤경렬 선생 유작>

 

   마지막 신라인이라 일컬어지는 고청 윤경렬 선생이 1975년도에 그린 연필화이다. 이 그림은 그동안 선생의 유작으로 그의 제자인 신라문화동인회 김윤근 회장이 보관해 오다가 선생의 11주기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이다. 생전에 고청선생은 배리 본존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여래입상

 

   이곳 석조삼존불은 모두 입상인데 가운데 여래상 높이가 2.7m이며 비교적 큰 불상에 속한다. 얼른 보아서는 삼존이 모두 명랑하고 천진스러운 어린 아기들처럼 보인다. 불상들의 이러한 표정은 조성될 당시 7세기 초엽 명랑하고 천진스럽던 국민성이 반영되었고 또 전신의 키가 머리 길이의 5배로 아기들 키와 같은 비례로 되었기 때문이다. 길이보다 너미가 넓어 보이는 풍만한 얼굴에 반원을 그린 눈썹이 깊게 패어졌고 그 밑에 눈두덩이 부풀어올라 가느스름한 눈자위에 그늘을 지우면서 두 눈이 천진스럽게 웃음짓는다. 짧은 코 아래 두툼한 입술, 그 양가에 언덕을 이룬 두 뺨에 어려 화사한 미소가 피어난다. 두 눈썹 사이에 백호가 뚜렷하고 육계와 머리는 나발로 표현되어 있는데 육계의 앞에는 머리카락이 없는 부분이 잇다. 이 부분을 사족이라 한다. 

 

   '부처님의 머리카락 밑의 피부는 붉은 빛이다'라는 경문의 구절이 있는데, 부처님을 그릴 때 이 구절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서 일부러 머리카락을 그리지 않고 피부를 노출시켜 나타내는 법이 있다. 또 이모습을 조각으로 나타낼 때 이 부분에 보석을 박는 예도 있지만 신라 불상에서 사족을 나타낸 예는 극히 드문 일이다. 네모난 발은 평평하게 대좌를 밟아 안전하고, 두꺼운 가사는 굵은 옷주름이 조심스럽게 그어져 믿음직스럽다. 두려운 것을 없애준다는 약속으로 오른손 바닥을 앞으로 하여 위로 향해 들었고(시무외인), 무슨 소원이든지 즐어주겠다는 약속으로 왼손은 손바닥을 앞으로 하여 아래로 향해 들었다.(시여원인) 두 손은 이런 모양으로 표시한 것을 통인이라 하는데 인은 약속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약속을 할 때 도장을 찍는다. 그러나 부처님게서는 도장찍는 대신에 약속을 손 모양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손 모양을 수인이라 한다.

 

여래입상 상호

 

   이 불상의 표정에는 부처라는 위엄도, 거룩한 자비도 느낄 수 없다. 시골 할아버지가 손자들 대하듯이 아무 꾸밈새 없는 정감이 넘치는 표정이다. 일체의 재주를 감추고 대담하게 생략한 이 구수한 아름다움은 우리 예술이 지닌 큰 장점이라 하겠다. 이 불상은 원래 바로 앞에 놓인 대좌 위에 서 있었던 것인데 대좌가 깨어졌으므로 그 뒤에 새로운 돌을 대좌로 삼아 세운 것이다. 배광이 아주 작게 나타났으므로 가장 큰 비중은 머리에 있다. 양쪽 팔에 걸친 옷자락이 좀 무거워 보이는 것이 흠인듯 하나, 양쪽 팔에 무게를 줌으로써 얼굴에만 쏠리는 시선을 두 팔에도 끌리게 하여 전신을 하나로 통일시켜 놓았음은 역시 우연한 결과라고만 볼 수 없는 재치있는 표현이다.

 

 

 

<201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