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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蔥叟 2010. 10. 28. 05:50

일본 센소지(淺草寺) 소장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수월관음도는 불법(佛法)을 구하는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는다는 내용을 그린 고려불화다.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는 세로 144cm에 가로 62.6cm로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닌 비단 바탕의 채색화다. 화면 한가운데 관음보살이 시선을 오른쪽 아래로 향한 채 섰는데, 오른손에는 버들가지를 들었다. 이를 일본에서는 양류관음도라 부르는 까닭은 바로 손에 쥔 양류(楊柳) 즉, 버들가지 때문이다. 나아가 보살 전체를 감싼 신광(身光)이 특이하게도 길쭉한 물방울 모양으로 등장한다. 수월관음도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선재동자는 합장한 채 보살을 우러러보는 모습으로 화면 왼편 모서리에 표현됐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혜허(慧虛)라는 사람이 그렸다는 묵서가 남아있기도 하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관음보살은 왜 버들가지를 들고 있을까? 5세기 때 중국 기록을 보면 버드나무(껍질)를 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도 이와 관련하여 관음보살이 중생의 고통을 없애준다는 뜻에서 버들가지를 표현하지 않았을까 학계에서는 추정한다. 또 양류관음은 병고(病苦)를 덜어주는 보살로, 자비심이 많고 중생의 소원을 들어줌이 마치 버드나무가 바람에 나부낌과 같다 해서 얻은 이름이라는 설명도 있다.

 

▲관음보살상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 의문이 후련하게 풀린다고 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수월관음도에서 관음보살의 상대자로 등장하는 것은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선재동자 1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육조시대 이래 중국에서, 당대(唐代)에 특히 성행하는 '절양류(折楊柳)' 풍습과 관계가 있다는 설이 힘을 얻는다. 절양류란 이별하는 사람에게 버드나무를 꺾어 주는 풍속을 말하는 것으로,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된 당나라 때 시편들을 보면 이런 습속이 무수하게 발견된다. 따라서 선재동자에게 가르침을 준 관음보살이 이별의 의미, 더 나아가 이별하고 다시 만나자는 의미를 담아 버드나무 가지를 그에게 꺾어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음보살상

  

   고려불화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종교예술로 꼽힌다. 섬세하고 단아한 형태, 붉은색·녹색·청색 등 원색을 주조로 한 화려한 색채의 조화, 호화로운 금니(金泥)의 사용, 흐르는 듯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선묘(線描)는 동아시아에서 독보적인 미(美)의 세계를 창조했던 고려인의 높은 품격을 잘 보여준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불화는 160여점. 그 중 130여점이 일본에, 20여점이 미국과 유럽에 있다. 국내에 있는 10여점은 최근 외국에서 구입한 것이다. 

 

관음보살상

 

   고려시대에 제작된 이 그림들이 언제 어떤 경위로 해외로 유출됐고, 왜 일본에 많은 걸까? 고려시대에 일본에서 수입하거나 일본 사신에 대한 증여품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고, 고려 말 왜구들이 약탈하거나 임진왜란 때 유출된 것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이유는 숱한 외부 침략으로 불에 타고, 조선시대 폐불(廢佛)정책으로 상당수가 소각됐을 것으로 보인다. 

 

▲선재동자상

 

 

 

<2010.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