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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국사골 상사바위

蔥叟 2007. 2. 22. 12:32

경주 남산 국사골 상사바위

 

   국사골 정상 해발 390m 지점에 상사바위(想思巖)가 있다. 바위의 규모는 높이 11m, 폭 20m로 웅장하다. 바위의 남동쪽 아래에 제단이 마련되어 있고, 주변에는 돌무더기가 있다. 바위의 남쪽면 가운데에 자리한 제단은 높이 2.1m, 폭 1.6m이며, 제단 내부 벽에는 '大ㅇㅇ'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제단 입구에 높이 2m의 계단을 마련하여 제단 내부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하였다. 제단의 오른쪽인 남서쪽 바위면에는 '삼부사之'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바위의 동남쪽으로 꺾이는 부분에는 '山神命命道人'이 적혀있다. 靈驗있는 바위로 알려져 있어서 바위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다.

 

*국사골의 바위들

 

   상사바위는 바위 정상부의 형태로 볼 때 男根바위라 할 수 있다. 남산에서 나타나는 祈子信仰은 대체로 큰 바위에 산신이 깃들여 있다고 여겨 정화수와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기도를 드리는 山致誠의 양상을 보인다. 상사바위 역시 산치성의 대상물인 기자석으로 거석숭배의 대상물이다.상사바위에는 또 노인과 소녀사이의 이룰 수 없는 애닲은 사랑과 관련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옛날 국사골 골짜기의 한 마을에 외로운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집안 식구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버리고 할아버지는 혼자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너무나 외로워 동네 아이들을 보면 자기 손자처럼 귀여워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웃집에 사는 피리라는 소녀를 퍽 귀여워하였고 피리도 할아버지를 극진히 따랐다. 할아버지가 80세를 넘었을 때 피리도 자라서 어느덧 꽃다운 처녀가 되었다.

 

*상사바위

 

   피리는 철이 들면서 외로운 할아버지를 불쌍하게 생각하여 맛잇는 음식 등을 할아버지께 갖다 드리며 기쁘게 해 드렸다. 할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사람이 피리였다. 그러나 어느 해 봄 피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늘 시중을 들어 주던 피리가 없으니 못 견디게 쓸쓸하였다. 다시는 못 올 줄 알면서도 피리를 기다렸다.

 

   어느날 방안에 앉아 피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살그머니 문이 열리면서 그토록 그리던 피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너무 반가워 "피리!" 하고 외치며 일어섰으나 그것은 환상이었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피리의 환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뜨면 천장에 피리가 나타나고 감으면 머리 속에 피리가 나타났다.

 

*상사바위 

 

   "피리!" 할아버지는 크게 외쳐 부르면서 머리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그저 자식처럼 귀여워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피리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안돼!" 할아버지는 머리를 저었다. "이제 며칠 후면 낙엽 지듯이 사라져 갈 몸이 새싹처럼 피어날 피리를 사랑하다니! 안될 일이지" 하고 잊으려고 다짐해 봤어도 헛일이었다. 피리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느새 뱀처럼 기어 나와서 혀를 널름거리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피리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양심과 피리를 아내로 삼고 싶다는 욕심이 머리 속에서 싸우고 있으나 끝내는 무서운 욕망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말았다. 고민하고 있던 할아버지는 어느 날 이 골짜기에 들어와서 피리가 이사간 마을을 바라보다가 나무에 목을 매어 죽어버렸다. 이 할아버지의 혼은 큰 바위가 되어 피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늘 바라보고 있었다.

 

*상사바위

 

   그 후부터 피리는 무서운 꿈을 꾸게 되었다. 눈만 감으면 큰 뱀이 나와 몸을 감고 혀를 너울거리며 덤벼드는 것이었다. 놀라 일어나면 꿈이었으나 너무나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피리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서 야위어갔다. 동에 사람들 사이에는 할아버지가 피리를 못 잊고 죽어서 그리워하던 그 마음이 상사뱀이 되어 피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라고 수군대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하여 괴로움에 지친 피리가 어느 날 잠깐 잠이 들었는데 몸을 감고 있던 뱀이 할아버지로 변하면서 아무리 잊으려해도 잊을 수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래도 잊지 못하여 이렇게 피리 아가씨를 괴롭히고 있는 거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죄하고는 국사골로 들어가 바위가 되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꿈을 꾸었다.

 

 *상사바위

 

   피리는 자기를 생각하다가 죽은 할아버지가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피리는 할아버지가 가던 길을 따라 국사골 정상에 있는 할아버지 바위에 올라섰다. "할아버지! 인간 세상에서는 나이 때문에 소원을 못 이루었으니 나이를 아니 먹는 바위가 되어 소원을 풀어드리오리다" 하고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피리의 영혼은 또 하나의 바위가 되어 큰 바위 곁에 나란히 섰으니 세상 사람들은 이 바위를 가리켜 상사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지금 남쪽 바위 허리에 보이는 붉은 반점은 피리 처녀의 핏자국이라고 한다.

 

 

 

<2007.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