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설법지 - 기원정사 승원유적
불교가 처음 일어났던 서기전 6세기 무렵부터 승려들의 생활터전인 사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소유(無所有)를 이상으로 삼았던 초기의 수행자들은 문자 그대로 출가(出家)와 유행(遊行)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석가모니께서 처음 출가하였을 때는 이들 사문의 일원이 되어 수행하였으며, 성불한 뒤 제자들에게 사문의 근본 생활인 ‘4의지(四依止)’를 지킬 것을 강조하였다. 4의지란 걸식(乞食), 분소의(糞掃衣․남이 버림 베 조각을 모아서 만든 옷), 수하좌(樹下座․지붕 있는 곳에서 자지 않고 나무 아래에서 좌선 명상하는 것), 부란약(腐爛藥․소의 오줌을 발효시켜 만든 약품)을 가리킨다. 이들 가운데 분소의와 수하좌는 세속을 떠난 출가 수행자의 상징이었으므로, 석가모니의 제자들은 이를 철두철미하게 준수하였다.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그러나 인도의 기후적 특성은 이같은 무소유의 생활에 많은 장애를 안겨 주었다. 인도의 여름은 4월부터 시작된다. 찌는 듯한 태양열은 가뭄과 함께 만물을 시들게 하고, 그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또 다시 우기(雨期)에 접어들면 푸르름을 되찾은 대지 위로 작은 벌레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기어 나온다. 이에 부처님은 우기인 3개월 동안, 탁발과 중생 교화를 위한 유행(遊行)을 중단할 것을 계율로 정하고, 한곳에 머물면서 수행하는 안거(安居)의 제도를 택하였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도 사찰은 건립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승려들 각자가 인연이 깊은 친척이나 친구가 사는 곳을 찾아가서 우기 동안 음식을 얻을 곳을 확보한 다음, 그 가까운 숲속 등에 거주하며 수행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우기의 안거제도가 차츰 정립되면서 승려들은 부처님을 모시고 한 곳에 모여 정진할 수 있기를 열망하게 되었고, 유력한 신도인 왕족이나 부유한 상인들은 음식물의 제공과 함께 불교 교단에 ‘원림(園林)’을 기증하여 승려들을 머무르게 하였다. 원림은 원래 ‘휴식처’나 ‘과일이 있는 동산’을 뜻한다. 인도의 여름 더위는 나무 그늘의 시원함만이 구원의 장소요 가장 적합한 수행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원림이야말로 안거를 위한 즐거운 동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불교 최초의 원림은 마가다(Magadha)국의 빔비사라(Bimbisara)왕이 불교 교단에 기증한 ‘죽림원(竹林園)’이다. 처음에는 이 원림 안에 있는 나무 밑이나 자연 석굴에서 승려들이 거주하였으나, 한 부호가 비나 이슬을 피할 수 있도록 허술하나마 오두막 60채를 지어 기증하게 됨에 따라 죽림원에는 불교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竹林精舍․정사는 사는 집이라는 뜻)’가 생겨나게 되었다. 마가다의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이 수행자로 있을 때부터 친분이 있었는데 이제 성도를 하여 많은 제자들과 함께 자신이 다스리는 도읍에 오게 된 것을 몹시 기뻐하였다. 그리고 설법을 듣고 새로운 눈이 열렸다. 그때 그는 이와 같이 말했다.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나는 태자 시절부터 다섯 가지 소원을 세우고 있었소. 첫째는 국왕이 될 것, 둘째는 내 영토에서 부처님이 출현하실 것, 셋째는 그 부처님을 섬기고 받들 것, 넷째는 부처님이 나를 위해 설법해 주실 것, 다섯째는 부처님의 법을 깨달을 것. 나는 오늘 이 다섯 가지 소원이 다 이루어졌소.” 이와 같이 말하고 빔비사라왕은 불(佛) 법(法) 승(僧) 3보에 귀의, 평생동안 충실한 신자가 되었다. 그의 나이는 부처님보다 다섯 살 아래였다. 이튿날 왕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부처님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 거처는 거리로부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니기에 편리하여 찾아가고 싶은 사람은 찾아가기 쉽고, 낮이나 밤이나 고요하여 속세를 떠나 조용히 명상을 할 수 있는 적정처(寂靜處)가 아니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왕은, 대숲이 있는 동산을 골라 거기에 절(精舍)을 지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기증하였다. 이것이 불교교단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절 죽림정사(竹林精舍)이다.
죽림정사 이후 석가모니 당시의 최대 사찰로 전해지고 있는 ‘기원정사(祇園精舍)’가 건립된 것도 얼마 뒤의 일이다. 이 기원정사의 건립에는 수닷타(Sudatta)장자의 깊은 믿음이 어린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기원정사는 불교교단의 승원(僧院)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었다. 이 기원정사의 다른 이름은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院). 그 엤날 이곳은 코살라국의 태자 제타(한자로는 祈陀)의 소유지인데 수닷타(給孤獨)라는 한 부호의 신앙심에 감동, 그 동산을 희사하여 승원이 세워지게 된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즉 제타 태자의 동산에 급고독 장자(長者․덕이 있는 부호)가 세운 승원이란 뜻이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항상 베풀기를 좋아했던 수닷타(給孤獨)는 장사차 마가다의 서울 왕사성(王舍城)에 가서 처남의 집에 들른다. 그때 처남은 분주하게 다니면서 음식 장만하는 일을 몸소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처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다음날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에 초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때 수닷타는 ‘부처님’이란 말을 처음 듣자,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득 번쩍 정신이 들었다. 다음날 부처님을 뵙게 된다고 생각하니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밤중에 세 차례나 일어나 날이 밝았는가 살폈다. 더 기다릴 수 없어 거리로 나오니, 그 순간 깜깜한 암흑 속에 갇힌 자신을 돌아보고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기원정사 승원유적
이때의 장면을 한 경전에서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허공에 격려의 말이 들려왔다. “지금 한걸음 앞으로 내딪는 것은 온갖 재보(財寶)보다도 존귀하니 앞으로 나가시오.” 수닷타의 발길은 시타바나(寒林)라고 하는 쓸쓸한 묘지에 이른다. 그때 부처님은 여느 때 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조용히 거닐고 있었다. 수닷타가 오는 것을 알아보고, “어서 오너라, 수닷타여!” 라고 말을 걸었다. 수닷타는 부처님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감격하여 발밑에 엎드려 예배를 드렸다. 이때 부처님은 수닷타를 위해, 남에게 베푸는 보시와 청정한 생활규범의 공덕을 말하고, 괴로움의 원인과 그 소멸을 위한 길을 가르쳐준다. 수닷타는 즉석에서 가르침의 뜻을 이해하고, 불교에 귀의하여 한평생 신자가 될 것을 서약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청하였다. “원하옵건데, 사위성(舍衛城)에 오셔서 사람들을 제도하여 주소서.”
“그곳에 비구들을 수용할 절이 있겠느냐?”
수닷타는 부처님을 위하여 절을 세울 것을 다짐하고 자기의 고향인 슈라바스티(舍衛城)로 돌아가 절을 지을 장소를 물색하다가, 기타(Jeta, 祈陀)태자가 소유하고 있는 동산을 선택하였다. 그 동산은 숲과 꽃과 샘과 못, 수석과 기이한 새와 짐승이 조화를 이루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장자는 태자에게 그 동산을 팔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태자는 팔 뜻이 없었다. 장자는 여러 번 청하였다. 기타태자는 성가심에 못 이겨 귀찮은 듯 지나가는 소리로 말하였다. “만일 그 동산을 사려거든 금전으로 그 동산을 펴서 덮어보라.”
그 말을 들은 장자는 이튿날 금전을 수레에 싣고 가서 그 동산을 덮었다. 이것을 본 태자는 놀랐다. 지나가는 농담을 실행하였기 때문이다. 태자는 물었다. “그처럼 금 한 치(寸)로 땅 한 치를 사서 무엇하려 하는가?”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한 부처님을 모실 절을 짓고자 하노라.” “그만두시오. 이 동산을 모두 당신께 뜨리겠소. 그러나 입구의 공지만은 내게 돌려주시오. 나도 승단에 선물을 하고 싶소” 기타태자는 크게 감동하여 그 동산을 내어 주었고, 수탓타 장자는 그 동산에 크고 웅장한 절을 지었다. 이것이 곧 ‘기원정사’ 또는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이라고 불려지는 절이다. 기수급고독원이라 함은 기타태자의 숲인 ‘기수(祈樹)’에 수닷타의 한역(漢譯) 칭호인 ‘급고독(給孤獨, 외로운 이를 돕는다는 뜻으로 수닷타 장자가 외로운 사람에게 배풀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이 세운 사찰이라는 뜻이며, 기원정사는 ‘기타의 동산에 세운 정사’라는 뜻이다.
▲기원정사 승원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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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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