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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오리 칠층석탑

蔥叟 2015. 1. 28. 02:29

상주 상오리 칠층석탑

 

상주 화북면 상오리에 들어서면, 그다지 넓지 않은 길 양쪽으로 키는 크지 않으면서도 그늘이 넓은 소나무숲이 있다. 그 바로 옆에는 장각폭포가 있다. 여기를 지나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장각동 마을 초입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비교적 높은 둔덕이 있다. 이곳에 키 큰 석탑이 서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에 장각사(長角寺) 또는 비천사라는 절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것은 이야기로만 전할 뿐 확인할 길이 없다지금 이곳에는 옛 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탑만 밭 한쪽에 있다. 편평한 땅에 돌로 테를 돌린 얕은 흙 단 위에 7층 석탑이 서 있다. 탑의 기단부와 탑신부는 비교적 온전하지만, 상륜부에는 노반만 남았다. 탑을 올려다보면, 7층 몸돌 남쪽 면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네모난 홈이 있다.

 

하층기단은 하대저석이 없이 면석과 하대갑석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기단 형식은 일반적인 양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상층기단의 면석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다. 그 흔한 모서리기둥조차 새겨져 있지 않다. 상대갑석 아랫면에는 부연이 있는데, 얕고 낮다. 그리고 상대갑석의 폭이 좁아져 있다. 1층 지붕돌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좁아져 있어 좀 불안정해 보인다하층기단 면석 옆으로 지복석의 일부로 보이는 부재가 있다. 하대갑석 윗면에는 얕은 물매가 있지만, 상대갑석 윗면은 편평하다. 무엇보다도 특이하게 이 탑에서는 하대갑석 아랫면에 부연이 있다. 하대갑석 위쪽에는 별도의 돌로 된 받침이 넓게 마련되어 있다. 마치 하대갑석이 이 받침을 둘러싼 듯한 모습이다. 탑이 워낙 크다 보니 그 하중 또한 만만치 않아 이런 독특한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탑신부 몸돌과 지붕돌은 모두 각각의 돌로 되어 있다. 1층 몸돌에선 3, 2층 몸돌에선 2매로 결구 되어 있고, 나머지 층에선 1매로 되어 있다. 몸돌 면석에는 모서리기둥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1층 몸돌이 상층기단 면석보다 높다. 그리고 2층 이상의 몸돌의 체감률도 썩 뛰어나지 못하다. 전체적으로 탑의 균형미가 모자라 보인다. 상대갑석 윗면에는 몸돌 받침을 두지 않고 그대로 1층 몸돌을 올려놓았다. 1층 몸돌 동쪽 면에는 얕은 감실 모양의 문비가 있다. 여기에는 희미하지만, 문고리가 새겨져 있다. 지붕돌의 형태는 납작하다. 낙수면은 완만하고, 처마 끝에서 약간의 반점이 있을 뿐이다. 지붕돌은 1층에선 3, 2층에선 2, 3층에선 다시 3매로 결구 되었고, 부분적으로 서로 엇갈리게 되어 있다. 층급받침은 1~5층에선 5단이지만, 6~7층에서 4단으로 줄어들었다오랜 세월 동안 탑은 여러 일을 겪었다고 한다. 원래 있던 절은 임진왜란 때 없어졌다고 하고, 일제강점기 때 도굴 목적으로 그랬는지 일본 헌병들이 사람을 동원하여 북쪽 기단을 허물어 탑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1975년에 직지사에서 탑을 옮겨가려고 했다가 마을 사람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일도 있다. 오랫동안 무너져 방치되었던 탑은 1977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쌓아 올려졌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탑은 비록 균형 잡힌 몸매는 아니지만, 높이에서 오는 그 힘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탑은 언제나 그랬듯이 당당하고, 탑을 보는 사람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상오리 석탑은 이중기단에 칠층의 탑신을 올린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칠층으로 조성한 탑이 충주 탑평리에 한 기 존재하고 있긴 하지만 오층 이상의 탑신을 마련한 탑은 대개 고려시대의 석탑으로 보면 무방하다. 이 정도 스케일의 높고 웅장한 탑을 쌓아 올린 절이었다면 절의 규모와 사세 역시 허술한 사찰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옛 장각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이라 하는데 정확한 기록은 전하지 않고 있다. 주변에 들어선 채마밭을 절터로 보기에는 다소 절터가 좁아보일 듯도 싶은데 어쩌면 마을 아래를 절터에 두고 언덕 뒤의 높은 곳에 탑을 세운 것은 아닐까 추정해 볼 수도 있겠다. 탑은 표현에 있어서 전반적인 형식화가 많이 진전되었고 각 부의 비례나 균형이 적절하지 못한 점에서도 고려시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칠층의 높은 탑신을 올리는데 기단은 다소 좁고 얕은 느낌이 드는 반면에 일층 탑신은 거대하여 전반적으로 위태로운 느낌이 들면서도 장중한 미감이 느껴진다.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상오리 칠층석탑

 

▲탑신부

 

▲1층 문비

 

 

 

<2014.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