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천탑의 염원 - 화순 운주사 거지탑
천불천탑의 염원 - 화순 운주사 거지탑
산언덕에 자연석을 옥개석으로 한 5층 석탑이 있다. 있는 못생긴 탑은 '거지탑', '걸레탑', '동낭치탑'이라고 한다. 돌덩이를 다듬지 않고 본래 모양대로 갖다가 탑몸에 앉혀 자연미와 파격의 미를 함께 갖춘 탑이다. 세계적인 석탑으로 찬탄해 마지않는 그야말로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탑이다. 우리 나라의 동쪽에 인공의 완성미를 이룬 석굴암 본존불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서쪽 운주사에는 자연과 완전한 조화를 이룬 이름도 친근한 거지탑이 있다. 거룩하고 존엄한 부처님의 상징물을 이렇듯 가장 밑바닥 계급 하층의 모습으로 표현하여 이름도 걸레탑 거지탑 동냥치탑이라 부르니 그 이름이 자연적으로 민가에서 갖다 붙인 이름이라 할지언정 궁합이 그토록 딱 맞는 천생배필은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부자의 고급스런 수천개의 등보다도 거지의 한 개의 등을 더 소중히 여기셨다. 그리고 모든 사물에는 불성이 깃들여 있어 모두다 무등등의 세계로 하나이고 모두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아름다운 가능성으로서의 평등의 세계를 열었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서로 불평등하고 아비지옥의 세계이니 오히려 부자의 최상등품의 수많은 등보다도 가난하고 볼품없는 거지의 한등을 더 소중히 여기셨다. 인간만이 가지고 볼 수 있는 질적 판단의 세계를 열어 그 염원의 정신적 가치를 보신 것이다. 고개를 들어 저 자연과의 완전한 일체를 이룬 세계적인 저 거지탑이다. 종교와 예술과 사상과 생활의 최상의 극치점에 이른 저 동냥치 탑이다. 꾸밈없는 꾸밈의 완성(색즉시공 공즉시색)에 이른 저 걸레탑이다.
▲거지탑
▲거지탑
▲거지탑
▲거지탑
▲거지탑
<2014. 11. 15>